"혹시 수원지검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가 있나요?"
당원 명부 유출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다음날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취재를 하려는 기자에게 오히려 관련 정보를 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의원은 누군가에게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있으면 어떡하나"라며 전화로 호통을 치고 있었다. 오전9시께부터 긴급 실ㆍ국장회의를 열고 상황 파악과 대책을 논의한 서병수 사무총장은 사태에 대한 사과 발언과 함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4일 만인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선 당원 명부 유출과 관련된 논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유기준 최고위원만 모두 발언에서 "새누리당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당무에 임하는 책임의식과 도덕성을 점검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대신 최고위원들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애국가 발언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보좌진은 "그래도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발언 때문에 명부 유출이 크게 다뤄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당원 명부가 내부자에 의해 팔려나갔음에도 새누리당이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진상조사대책팀장을 맡고 있는 박민식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당원 명부가 4월 총선 공천 과정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곤혹스럽지만 충분히 있다"고 밝히고 검찰에선 당원 명부가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신청을 전후해 빠져나갔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는데도 막상 당 내부는 조용하다. 명부 유출이 발생했던 지난 1~3월 당시 지도부의 사과 발언 혹은 책임론이 일어나기는커녕 대선 가도에 불똥이 튈까 쉬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당원 220만명의 개인정보가 불과 400만원에 팔렸다는 점에 대해 놀라워하는 의견이 많다. 한 명당 대략 2원꼴로 팔린 셈이다. 하지만 당원들은 자신의 정보가 단돈 2원에 팔렸다는 사실보다 그 이후 당의 대처가 겨우 2원어치에 불과하다는 점에 더 큰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