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무의미한 공청회

"마지막 공청회인데…. 변호사계도 재계도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시네요." 법무부가 최근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을 위해 주최한 마지막 공청회에서 재계와 변호사업계 대표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은 후 사회자가 처음 내뱉은 말이다. 한마디로 7개월에 걸쳐 7차례의 공청회를 열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의견만 내세워 마지막 공청회까지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전혀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다음해 4월 준법지원인제 시행을 위해 연말까지 관련법 시행령을 만들어야 하는 법무부만 곤욕을 치르게 됐다. 논란의 핵심은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상장사의 범위였다. 재계는 이날도 1,767개의 전체 상장사 중 7.8%인 자산 2조원이상 기업(137개)을, 변호사계는 53.2%인 자산 1,000억원(940개) 기업을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지정 토론자가 바뀌어도 주장은 변하지 않았고, 재계에서 나온 두 토론자는 사실상 논거까지 똑같았다. 방청석에서도 "또 같은 얘기만 하네"라는 푸념이 나왔다. 질의응답 시간 역시 토론만큼 의미 없는 자리였다. 일부 재계와 코스닥사 관계자는 "기업에 부담만 주는 준법지원인 제도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무사와 공인회계사들은 이미 지난 공청회를 통해 합의한 준법지원인 자격에 대해 "법무사와 회계사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변했다. 해당 발언에 방청석 일부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보다 못한 김윤상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준법지원인제는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 마지막 공청회에 와서도 제도 자체가 잘못돼 철회돼야 한다고 항의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공청회는 효율적이고 올바른 시행령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존폐에 관심 있는 분들은 국회를 통해 입법적으로 해결하시고, 주어진 마당에서는 필요한 의견을 내달라"라고 요구했다. 공청회는 토론을 통해 각계의 의견차를 좁히는 자리다. 그러나 핵심 두 당사자는 한 치도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일부 공개의견은 시간낭비였다. 7개월 간의 7차례의 공청회는 이렇게 끝났다. 이제 기댈 수 있는 것은 법무부의 현명한 판단뿐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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