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통 인사이드] 中企 "홈쇼핑 횡포 너무해"

판매액 60%가 방송비용으로…<br>진입장벽 높아 5사가 독과점 체제 구축<br>중소 업체들에 과도한 불공정 거래 요구<br>홈쇼핑 영업이익률 백화점의 2배 넘어




생활용품 제조업체 P사장은 요즘 끊었던 담배를 다시 시작했다. 최근 한 TV홈쇼핑 채널을 통해 제품판매 방송을 했다가 낭패를 봤기 때문이다. 방송출연료 8,000만원, 무대설치비 500만원, 사전 광고제작비 2,000만원, 방송진행비용 200만원 등 각종 비용에다 방송 매출의 15%를 판매수수료로 홈쇼핑업체에 지불하고 보니 오히려 적자가 났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 제품으로 대형마트에 진입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여서 그나마 홈쇼핑이 중기제품을 론칭하기에는 수월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된서리를 맞은 꼴이 돼버렸다. P사장은 "홈쇼핑과 중기의 관계는 전형적인 '갑을관계'"라며 "수개월 동안 홈쇼핑업체를 찾아다니며 방송 시간을 얻어 낸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P 사장이 TV홈쇼핑의 문을 두드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해외 유명 여성용 의류브랜드를 들여와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중박(?)을 터트렸다. 이후 생활용품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TV홈쇼핑에 도전했지만 제품이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의류를 판매할 때 인연을 맺은 TV홈쇼핑업체 직원을 꾸준히 설득한 끝에 도움을 받아 생활용품 담당 MD(상품기획자)를 만나게 됐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예전에 TV홈쇼핑에서 판매방송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룰(?)은 알고 있던 터라 일부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예상은 했지만 정도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제품인 만큼 시장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적자 위험성도 높다고는 하지만 방송 조건을 보니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방송은 차일피일 미뤄지다 6개월 만에 전파를 탔다. 황금시간대(저녁8~9시)가 아닌 낮 시간대 방송이었음에도, 1시간 방송의 예상 매출을 2억원으로 추산하고, 방송비용을 정액으로 계산해서 1억원이 넘는 돈을 방송 전날 송금했다. 방송 후에는 매출의 15%를 ARS 자동주문 전화비용과 카드 무이자할부 비용, 반품 비용 등의 명목으로 홈쇼핑사에 납입했다. 결국 판매액의 60% 이상을 방송비용으로 지불한 셈이다. P 사장은 "중기 제품이 오프라인 유통망을 뚫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얘기"라면서 "그 나마 홈쇼핑이 수월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홈쇼핑업체들 마저 대형 유통사와 비슷한 영업행태를 보이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그렇다면 홈쇼핑업계에서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NS농수산홈쇼핑을 뺀 GS샵, CJ오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4개 대기업 계열사가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홈쇼핑 시장 진출은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따라서 기존 5개사는 법이 지켜주는 울타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게 됐고, 이를 통해 중소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불공정'거래를 요구함으로써 과도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실은 다른 유통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홈쇼핑업체들의 영업이익률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GS샵은 약 15%, CJ오쇼핑은 약 1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롯데쇼핑 영업이익률은 약8%, 신세계의 영업이익률은 약 9%로 많게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처럼 홈쇼핑사들이 높은 이익을 내는 데는 공급(방송시간)은 한정돼 있는 반면, 중소업체들의 방송 수요는 넘쳐난다는 것도 한 원인이다. 제품을 개발하고도 비용 부담 때문에 자체 영업망을 확보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홈쇼핑에 손을 내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홈쇼핑업체와 동등한 관계에서 거래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중소업체들이 오는 2월 선정될 예정인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채널에 관심을 갖는 것도 혹시나 같은 편에 서 주는 홈쇼핑사업자가 나오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한 중소 제조업체 사장은 "중기전용 홈쇼핑이 중기업체의 유통비용을 덜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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