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가 약세로 마감됐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와 옵션만기일ㆍ금융통화위원회 등 나라 안팎의 변수들이 남아있는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어서 당분간 조정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96포인트(0.83%) 떨어진 1,903.1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가 상승한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시초가는 9포인트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피치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과 대외건전성, 경제의 빠른 회복력 등을 이유로 등급전망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AA-’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피치’발 호재도 잠시 지수는 이내 약세로 돌아섰고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1,900선을 간신히 지켜내는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날 1,4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날 매수 규모가 270억원대로 줄었고 기관은 62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이틀 연속 파는 데 주력했다. 이날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은 건 역시 유럽 문제였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숨 돌렸던 유럽 위기가 이탈리아 재정불안을 계기로 다시 증폭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 이슈가 너무 강해 웬만한 호재로는 약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치가 실제 등급을 올린 게 아니라 전망만 올린 거라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EU재무장관회의와 10월 중국 물가지표 발표(9일) 외에 우리나라의 옵션만기일(10일), 금통위의 금리결정(11일) 등 크고 작은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 투자자들도 더욱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11월 들어 이날까지 하루 평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6조1,567억원으로, 지난 달보다 5,500억원 가까이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 위기가 지속되는 한 변동성장세가 계속되며 지수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위기 등으로 내년 4월까지는 증시가 조정 양상을 보이면서 코스피지수 1,700~2,000선을 형성할 것”이라며 “이익모멘텀이 살아있는 정보기술(IT)ㆍ자동차와 안정형 내수주인 유틸리티ㆍ통신 업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