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데스크 진단] '금융 막장 잔치판' 걷어치워라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오염돼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올 들어 집중적으로 터져나오는 각종 금융비리는 방대한 규모와 다양한 모습들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당신들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단언에는 금융시장의 질서를 책임진 금융감독원에 대한 서릿발 같은 질책만이 아니라 최대 위기에 봉착한 한국 금융시장의 신용과 신뢰에 대한 불신도 담겨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직원이 “기둥을 붙잡고 통곡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지만 정작 피울음을 토하는 사람들은 금융사의 신용과 금융감독원의 엄정한 심판능력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재산을 날리게 생긴 국민들이다. 속살을 드러낸 금융 막장의 페스티벌. 금융 신뢰를 뿌리째 흔들어놓은 부실 저축은행은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히다.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 보해저축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당초 -1.09%로 보고됐지만 영업정지 후 장부를 꼼꼼히 되짚은 결과 -91.35%로 밝혀졌다. 이 정도면 회계장부 관리가 조작의 수준을 넘어 창조 수준이다.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을 감사해온 감독당국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살펴봤나. 영업정지 직전 대주주ㆍ임직원 및 큰손 고객들에게 불법 예금인출을 조장, 방조, 독려한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그 시간 대한민국 금융인의 신용과 신뢰는 저잣거리 왈짜패보다 못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시중은행들도 금융 막장의 잔치판을 기웃거리긴 마찬가지다. 188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농협. 지난 4월 최악의 전산사고를 당한 농협은 사태해결의 고비마다 경영진이 앞장서 거짓과 변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예금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멀게는 지난해 9월 최고경영인 3인이 서로를 향해 물고 물리는 고소ㆍ고발전을 펼쳤던 신한은행 사태도 금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금융시장의 질서를 잡고 반칙을 잡아내야 하는 금융감독원은 더 가관이다. 영업정지를 당하기 직전 불법인출이 벌어진 부산저축은행 현장에서 이들의 농간을 바로잡지 못하는 무능은 거론 대상도 아니다. 부실한 상장기업의 유상증자를 도와주거나 영업정지 직전의 저축은행이 저지르는 불법대출을 눈감아주는 금융감독원 전현직들의 비리와 부패 테크닉은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 벼랑 끝으로 떨어뜨렸다. 이쯤에서 한국의 금융은 더 이상 잃어버릴 신용이나 신뢰도 없는 듯하다. 비리와 부패ㆍ무능으로 점철된 금융당국은 개혁 대상으로 전락한 스스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불신의 늪에 머리끝까지 빠져든 한국 금융시장은 어떻게 신용과 신뢰를 되찾을 것인가. 국민들은 지금 썩은 금융시장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통곡하고 있다.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