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동·서 문화 충돌하는 '유럽 화약고'

■ 발칸의 역사

마크 마조워 지음, 을유뮨화사 펴냄


유럽 동남부에 위치한 '발칸 반도'가 한국인에게 이국적인 유적과 환상적인 자연풍경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 TV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 크로아티아와 터키가 소개된 데다 이 지역 여행객들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까지 발칸 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분쟁지로 인식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발생지이며 최근에는 분리독립운동과 인종청소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다른 유럽과는 별개의 '문제아'로 남아있다. 그러면 언제부터 발칸이 인화성 물질을 가득 가진 지역이 됐을까. 마크 마조워의 '발칸의 역사'는 국가 성립기 이후에 발생한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며 분쟁의 역사적 뿌리를 파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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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지역이 세계 지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실상 200여년 전이다. 발칸은 기원 전후 로마제국에 정복된 이후 15세기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아래에 들어갈 때까지 2,000여년의 피정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세기에야 제대로 된 독립국가를 세울 수 있었다.

'유럽의 화약고'라는 비난은 오랜 역사적 근거를 안고 있는 셈이다. 로마제국을 2개로 분할, 통치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때부터 발칸인은 이미 동서 로마의 경계선을 따라 동방과 서방, 정교회와 가톨릭, 기독교와 이슬람 등의 상반된 문화를 가진 모순된 역사적 과정을 밟아왔다. 동서 문화가 충돌하는 이 같은 완충적 성격은 발칸이 현대에 들어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며 지배국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이다.

외세의 지배 아래에서 겉으로는 인종갈등이 드러나지 않았던 발칸이 최근 느닷없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발칸 분쟁도 19세기에 비롯된 영토확장과 민족의 영광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서유럽이나 다른 지역의 분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유럽은 발칸 여러 나라에 그들 민족을 규정할 틀을 제공해 주면서 동시에 그들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무기, 즉 현대의 낭만적인 민족주의 형태도 함께 제공해 줬다"고 평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저자는 정체성을 찾고 침략자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발칸인의 투쟁에 따스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동서양 강대국들에 의해 강요된 종교·문화적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무능력 때문이라는 따끔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1만 3,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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