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26일] 공짜폰은 있어도 저가폰 없는 이유

“30만~40만원대 휴대폰을 공짜로 살 수 있는데 10만원 이하의 제품을 누가 살까요.” 최근 만난 휴대폰 업체의 한 고위관계자가 국내에 보급형 저가 모델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묻자 대답한 말이다.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독특하다. 보급형에서 고급형 제품까지 모델별 가격대가 해외보다 약 20만원 정도 비싸다. 국내에서 30만원대 휴대폰이면 최저가에 속하지만 해외에서는 최소 중가 이상이 된다. 저가폰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저가폰이 아닌 것이다. 왜 그럴까. 바로 보조금 탓이다. 국내에서 휴대폰 판매가격은 제품의 원래 가격 외에도 마케팅ㆍ프로모션 비용으로 포함되는 제조사의 보조금과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까지 감안해서 책정된다. 당연히 정상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제값을 주고 사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통사를 옮기거나 서비스를 전환하면 최소 20만원에서 40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최근 이통사들의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보조금 경쟁이 주춤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공짜폰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실적이 안 좋아서 자제를 하고 있지만 어느 한 곳이 치고 나온다면 언제든 다시 공짜폰이 활개를 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벌써부터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내년 초가 되면 초고속인터넷 시장과 같이 위약금 대납, 가입비 무료 등이 포함된 새로운 보조금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 인도의 스파이스라는 회사는 전화를 걸고 받을 수만 있는 약 2만원(20달러)짜리 휴대폰인 ‘국민폰’을 인도 및 아프리카 등에서 판매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은 아예 액정조차 없으며 휴대폰 위에 숫자 키패드가 있는 게 전부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KT가 10만원대 국민폰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공언(空言)’에 그쳤다. 공짜폰은 있어도 저가폰은 없는 한국 휴대폰 시장은 정말 기이하다. 과연 한국 소비자들은 언제쯤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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