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유동성장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대형주들을 중점적으로 사들이면서 중소형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 지수는 올 들어 8.66% 올라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03%)을 웃돌았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이 기간 4.48% 오르는데 그쳤고 중형주지수(6.54%)와 소형주지수(5.62%)도 대형주 상승폭을 밑돌았다.
보통 연초는 신년 정책발표 효과와 대기업의 연간 투자계획 발표 등에 힘입어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외국인이 대형주 편식에 나서면서 이 기간 대형주 수익률이 중소형주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5,885억원의 순매수에 나선 외국인은 대형주에만 7조807억원을 쏟아부었다. 반면 중소형주는 4,550억원어치를 사들이는데 그쳤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706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여기에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등으로 매물 압박이 커진 국내 기관이 중소형주 위주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수익률을 더욱 악화시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도 자동차ㆍ정보기술(IT) 등 경기민감업종에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외국인은 올 들어 현대중공업(7,256억원)ㆍ삼성전자(6,567억원)ㆍ하이닉스(6,443억원)ㆍPOSCO(4,450억원)ㆍ현대차(3,675억원) 등을 주로 사들였다. 반면 순매도 상위 업종은 KT&G(828억원)ㆍCJ제일제당(459억원)ㆍLG유플러스(457억원) 등 경기방어주가 대부분이었다.
박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의 핵심 타깃이 신용경색의 해소와 경기부양에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대형주 가운데서도 경기 반등시 수혜가 예상되는 경기 민감주 위주로 베팅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대형 경기민감주 가운데서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종목들 위주로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소형주 장세의 귀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보통 대형주 랠리에서 중소형주 랠리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시장의 투자주체들이 지수에 부담을 느껴야 하는데 코스피지수가 2,050선을 돌파하기 전까지는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며 “대형주 가운데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업종 위주로 선별적인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매기가 확산되려면 최근의 지수 반등이 연말 연초효과가 아닌 시장의 추세적 상승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수출이 27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아직까지도 나아진 경제지표가 없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업종 위주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아시아 소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ITㆍ하드웨어 업종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은행ㆍ운송주 위주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ITㆍ운송ㆍ은행처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지만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 위주로 매수세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