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대선 앞두고 금융 포퓰리즘 또 판친다

●대권 빅3 금융공약 뜯어보니<br>


朴, 신용불량자 빚 탕감 대책
文, 이자율 상한 25%로 제한
安,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저소득층 대책 화려하지만
재원마련·실현 가능성 낮고 소비자 모럴해저드 부추겨



18대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이 다양한 금융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쏟아져나오는 금융공약의 '화려함'에 비례해 금융권의 시름은 커져가고 있다. 일련의 금융공약들이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성격을 띠면서 금융권의 행동반경을 옭아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가장 예단하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소비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가능성이다.

17대 대선 당시와 달리 현재 대선주자들이 내놓는 정책들은 가계부채 해결, 그중에서도 저소득층 지원을 표방하고 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각 후보들이 제시하는 금융공약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8조7,000억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조성안을 발표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자율을 25%로 인하하는 내용의 '피에타3법(이자제한법ㆍ공정대출법ㆍ공정채권추심법)' 공약을 내세웠다.

포장은 화려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재원마련 방법자체가 불투명할뿐더러 설령 실현된다 해도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정 이자율을 25%로 낮출 경우 당장에는 서민들이 금리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사채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얘기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제시한 '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 1% 이하 인하대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 문제는 지난해 초부터 쟁점화돼 '신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이라는 대안이 이미 제시된 상태다. 오는 12월22일 새로운 법 적용이 예정된 상황에서 면밀한 분석 없이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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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저소득ㆍ저신용자들에게 사용하게 될 텐데 이들은 상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퍼주기 식'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무분별한 저소득층 금융지원대책은 부작용을 낳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6개월 동안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집행된 서민금융지원금은 약 8조8,000억원. 많은 돈이 뿌려졌지만 실효는 크지 않았다.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의 경우 연체율이 지난해 말 1.7%에서 올 6월 말 현재 2.4%로 크게 올랐다.

'외풍(外風)'은 금융권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부담거리다. 금융권을 배제한 채 제시된 일련의 공약들이 국내 금융산업의 자생적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지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이슈만 해도 정부 중심으로 진행된 민영화 작업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분리매각'이라는 기존의 정책(일괄매각)과 정반대되는 공약이 제시됐다. 또 다른 민영화 대상이었던 산업은행의 경우 수장인 강만수 회장이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은행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금융공약 중에는 우리금융ㆍ산업은행 민영화 말고도 지금은 논의조차 되지 않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같은 뜬금없는 내용도 담겼다"며 "설익은 금융공약들이 업계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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