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계 증권 입'에 휘둘리는 한국 증시

UBS-조선 3사·메릴린치-대림산업등 목표주가 절반이상 후려쳐<br>대형우량주 '매도' 제시로 증시 변동성도 키워


증시가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반응하며 나흘 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수가 큰 폭으로 급등락하는 등 불안심리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대형 외국계 증권사들이 대형 우량주 또는 업종 대표주를 가리지 않고 ‘매도’를 제시하며 목표가를 절반 이상으로 후려치면서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켰다. 이는 최근 외국 언론들의 ‘한국경제 때리기’와 궤를 같이 하고 있어 증권가에서는 의도적인 국내 증시 깎아내리기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안정대책 불구 외국인 매도세 지속=20일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말에 비해 26.96포인트(2.28%) 상승한 1,207.63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전날 정부가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약발을 발휘하면서 최근 급락장세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 1,200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날 지수는 오전 한때 2.5%가량 하락했다가 오후에 상승세로 돌아서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관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3,9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개인(560억원)과 외국인(3,474억원)은 순매도에 나섰다. 외국인의 경우 이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연일 팔자에 나서면서 3조5,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특히 이달 중순부터는 매도세가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의 안정화 대책이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장중 심하게 무너진 상황을 고려할 때 효과가 아주 좋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여전히 변동성이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IB ‘목표가 후려치기’ 잇따라=이날 국내 증시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라는 호재와 함께 외국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악재가 혼재됐다. 이날 국내 증시를 크게 흔들어놓은 것은 JP모건과 UBSㆍ메릴린치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다. JP모건은 이날 국내 증권대표주인 미래에셋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1,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대폭 깎아내리며 동양제철화학 등 미래에셋이 지분을 대거 보유한 관련주들까지 크게 흔들었다. UBS는 조선주를 집중 공략했다. UBS는 이날 2010년까지 글로벌 선박 주문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 대해 목표주가를 기존의 절반 이하로 대폭 낮췄다. 메릴린치는 대림산업에 대해 부동산 침체 장기화를 우려하며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3만8,000원으로 무려 3분의1로 대폭 깎았다. 이로 인해 대림산업은 이날 장중 하한가 근처까지 폭락했다가 ‘깜짝 실적’을 내놓으며 간신히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대림림산업은 지난 3ㆍ4분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5,135억원과 1,616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34.4%, 55.2% 증가했다. ◇글로벌 IB ‘왜 이러나’=외국계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내 증권가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대형주들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낮추는 것은 결국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펀더멘털 면에서 과도한 면이 있지만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우리 증시가 용이한 점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이나 경기 침체, 그리고 금융시스템의 불안 등 이미 알려진 악재만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눈초리가 너무 차갑다는 면에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때리기’가 지나칠 정도”라며 “지난 시기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철수로 국내 증시가 글로벌 IB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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