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ㆍ다논ㆍ폭스바겐ㆍ애플….'
올 들어 중국에서 제재를 받았거나 현지 언론의 비판적 공세에 시달린 다국적기업들이다.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가 출범한 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와 언론의 압박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에는 시 주석 체제가 '악몽'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3월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이른바 '시리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래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심해져 단순한 우연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게 이들 기업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FT는 "시 주석이 취임 연설에서 중국의 경제력에 맞는 자신감 있는 접근을 암시한 뒤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정부의 수사와 현지 언론의 폭로성 보도가 일상이 됐다"며 "새 지배체제에서 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유달리 조사가 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가격담합 혐의로 중국 정부의 조사 대상에 오른 한 분유 업체 담당 변호사는 "기업인들은 (정부나 언론이) 자신들에게 적대적이라는 낌새를 알아챘다"면서 "중국 기업들에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갈수록 늘어나고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정부 당국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대해 뇌물죄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주 중국 21세기경제보도 사노피 직원들이 2007년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 등지의 79개 병원에 169만위안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지난달 GSK 중국지사 직원 4명이 뇌물수수 및 탈세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된 후 다국적 제약회사에 대한 조사가 강화된 상태에서 나온 사건이어서 외국 기업들이 체감하는 충격은 크다.
이에 앞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7일 미국의 미드존슨뉴트리션, 프랑스 다논, 뉴질랜드의 폰테라 등 6개 외국 분유 업체에 가격담합 혐의로 고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금액은 합쳐 무려 6억7,000만위안에 달했다.
중국 정부뿐 아니라 언론들의 표적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주간지 시대주간은 6월 후난성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암웨이사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사례를 거론하며 "암웨이 측이 책임회피를 위해 다이어트 프로그램 모집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28만위안을 위로금으로 제시했다"며 "암웨이 측이 피해보상을 하는 만큼 관련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스바겐은 3월 자사 차량 변속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중국 관영 CCTV의 보도 이후 차량 38만대를 리콜한 바 있다. 애플은 4월1일 불성실한 애프터서비스를 지적한 언론보도 이후 팀 쿡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사과광고까지 냈다.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 압박은 중국 기업들의 부패관행을 척결하기 위해 명분을 쌓는 사전수순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중국 제약업계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애널리스트 스티븐 빙은 최근의 기류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 국영기업을 추적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구조개혁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외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