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정부 '경제안정 종합대책'] 정부, 유동성 옥좨 물가 잡는다는데…

가계대출 관리강화·기업 M&A대출 억제 한다는데…자금경색등 부작용 우려도


[재정부 '경제안정 종합대책'] 정부, 유동성 옥좨 물가 잡는다는데… 금융시장 전반 혼란 부추겨 대형 M&A시장도 위축 불가피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정부가 이례적으로 경제운용방향에서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는 것 같다"면서 시중 유동성에 대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의 과도한 물가상승이 초고유가 외에도 시중에 돈이 넘쳐 물가상승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유동성 긴축 움직임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초만하더라도 물가불안은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상승 때문이라며 오히려 금리인하를 압박했던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180도 바꿔 유동성 옥죄기에 나서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는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의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정부의 유동성 규제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재 M&A 시장에는 대우조선해양ㆍ하이닉스ㆍ현대건설 등의 대형 매물이 시장에 나왔거나 대기하고 있다. ◇고(高)물가, 과잉유동성도 한 요인=임종룡 경제정책국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크게 오르는 과정에서 수요 부문의 역할이 있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과잉 유동성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가 하강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물가 급등이 전적으로 유가와 곡물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에서 기인한다는 기존 입장의 변화가 감지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광의통화(M2) 증가율은 2~5월의 경우 15% 수준으로 지난해 평균 10%선에 비해 5%포인트가량 많다. 각 분야에서 대출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1ㆍ4분기 대기업대출은 7조3,000억원 늘어 지난해 4ㆍ4분기 2조4,000억원의 3배를 넘었다. 중소기업대출의 증가액도 1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4ㆍ4분기의 12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가계대출 역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 5월까지 대출 규모는 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2,000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 기업 M&A 대출 억제 등 방안 마련=정부는 과잉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고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정책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은 섣불리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 금리인상은 급격한 신용경색을 유도해 가뜩이나 어려운 한계계층을 벼랑 끝으로 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단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미시적인 정책을 구사할 예정이다. 정부는 최근 대출 급증이 금융회사의 외형 경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M&A 관련 대출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억제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때 적용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오락가락 정책, 시장 혼란 가중=우선 시장에서 걱정하는 것은 정책의 쏠림 현상이다. 또 서민생활 지원 등의 명분으로 10조5,000억원의 재정투입 등 시중에 돈을 뿌릴 준비를 갖춘 정부가 유동성 팽창을 이유로 가계대출에 대한 여신 심사와 건전성 관리 강화, 대기업의 M&A 대출 억제 등의 조치를 내놓는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성장에 무게를 뒀던 정부는 물가상승은 원자재ㆍ유가ㆍ농산물 가격 상승의 요인이 크다면서 유동성 관리에는 등한시해왔다. 예컨대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 직후 "현재의 물가 오름세는 국제유가와 곡물가 인상 등 대외여건 탓으로 중앙은행의 유동성 관리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서면서 물가 압박이 거세지자 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동성이 적을 때보다는 많을 때 물가상승 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급선회하고, 또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유동성을 관리하겠다는 식의 혼선이 있다"면서 "환율시장처럼 금융시장도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따라 혼란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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