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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카지노 진입 장벽을 낮추는 사전심사제를 도입했다. 외국 자본이 국내 경제자유구역 등에 복합 리조트를 건설할 때 카지노 허가에 대한 담보 없이는 투자가 불가능한 만큼 투자계획을 조건으로 정부가 사전에 카지노 허가를 판단해주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전심사제는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됐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후 사전심사제는 수술대에 올려졌다. 현재는 사전심사제를 신청이 아닌 공모 방식으로 바꾸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특정 자본이 신청한다고 무작정 심사해주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공모를 내고 비교해서 사업자를 뽑겠다는 얘기인데 이 법이 시행되려면 올해 말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카지노. 우리 정책 당국자들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카지노 규제 완화를 늘 만지작거리기는 했지만 부처 간 알력싸움과 정치권·이해단체의 반대로 늘 제자리만 맴돌았다.
이 때문에 대대적인 경제활력 찾기에 나선 박근혜 정부가 카지노 규제 완화 문제를 빠르게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 카지노를 지으려는 수요가 분명히 있고 카지노를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규제와 잦은 제도 개선으로 정부의 신뢰도를 좀먹고 외국 자본의 투자를 늦추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지노와 관련된 정부 규제 가운데서 외국 자본의 신용등급 기준이 가장 비현실적인 규제로 거론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용등급 BBB등급 이상만 카지노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국제적인 카지노 사업자들은 구조적으로 부채는 많고 현금 유동성은 풍부해 신용등급이 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카지노 설립을 추진해온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 10대 카지노 업체 가운데 BBB등급 이상인 경우는 1개 회사에 불과해 이 기준을 유지할 경우 오히려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불과 1~2년 사이 법 체계를 바꾸면서 외국 자본들을 끊임없이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카지노 사전심사제와 관련된 정부 부처 간 혼선도 외형적으로는 정리가 된 듯하지만 실상은 미묘한 대립이 남아 있다.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진 사전심사제의 골격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지난해 한 차례 사전심사제를 통과하지 못한 '리포앤시저스'가 최근 재심사를 청구하면서 갈등은 다시 표면화됐다.
산업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리포앤시저스가 탈락요건을 보완했을 경우 현행법에 따라 사전심사제를 통과시키고 빠른 투자유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문체부 주변으로는 정부의 공모 방침이 확정될 때까지 카지노 사전심사제 통과를 보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가운데 국내의 기존 카지노 업체 등이 외국 자본의 사전심사제 통과를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로비에 나서면서 카지노 허가는 다시 혼선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사전심사제의 방식도 중요하지만 카지노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그림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국내 관광 컨설팅 업계의 한 사장은 "카지노 규제 완화에 대한 부처 간 혼선은 결국 당국자들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있는 데서 시작하고 있다"며 "규제완화의 큰 그림을 명확히 제시해주고 각 부처가 융통성 있게 카지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