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2월 30일] 공기업개혁, 치밀해야한다

대한민국 국회가 각종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금의 국회공전은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법안들이 여야 간 입장차이가 크고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것인데다가 그간에 충분한 논의도 없이 그저 정해진 시간표에 맞추려는 의도가 짙기 때문이다. 마음만 급했지 그간 국민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소홀히 한 탓이기도 하다. 공기업 선진화의 상징처럼 몰고가는 주택공사ㆍ토지공사의 통합법안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두 공기업의 외형적인 규모를 보라. 2008년 한해 두 공사의 예산은 45조원에 이른다. 같은 해 정부예산 256조원의 약 18%에 달하고 서울시와 경기도의 전체 예산을 더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졸속 통합은 경제전반에 악영향 게다가 오는 2009년 두 공사의 자산은 모두 131조원에 이르고 부채 또한 110조원 이를 것으로 추정돼 두 공사가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짐작하게 해준다. 이렇듯 거대한 두 공기업에 대한 기능과 역할, 미래의 발전과 전략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검증을 거치지 않고 정치적인 방향에서 졸속으로 통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중소기업을 통합한다고 하더라도 거쳐야 할 과정이 있고 절차가 있는 법이다. 통합이 무조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부실한 두 기업이 통합되면 더 부실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의 뜻대로 정부가 밀어붙여서 주공과 토공이 통합됐다고 하자. 11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부채, 상이한 기업문화와 시스템으로 인한 조직과 구성원 간의 갈등과 혼선 등으로 새로운 기업이 과연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이로 인해 나타나는 국가 산업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갈등이라는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문제도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다. 침체한 지방 경제의 부흥을 위해 건설되고 있는 혁신도시의 핵심은 바로 공기업의 지방이전이 아니던가. 갑자기 두 공사가 통합되면 전북 전주나 경남 진주 중 어느 한 곳은 공기업이 없는 혁신도시를 건설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두 지역 간의 갈등과 대립양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다시 한번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졸속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 총체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과 일정에만 쫓겨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재 주공과 토공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첨병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통합추진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흔들어대는 상황에서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주공은 국가적 아젠다로 부상한 도시재생사업과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매진해야 하고 토지공사도 국내외의 산업단지ㆍ신도시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두 공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전략적 파트너로 지역개발사업을 지원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도 있다. 정부도 두 공사의 경험과 장점을 살려 경제 살리기와 국민 생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공·토공 장점 최대한 활용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토공과 주공의 통합문제에 대다수 관계 전문가들은 시큰둥한 상태다. 통합효과에 대해서도 차이는 있지만 부정적 견해가 많은 게 사실이며 통합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조차도 통합문제는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국민들도 총론적으로는 공기업 개혁을 지지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을 해야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개혁이라는 우산 아래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섣부른 통합보다는 실질적으로 개별 공기업이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치밀한 구조개혁에 고삐를 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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