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이기는 者'보다 '살아남는 者'가 강자

■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프란츠 M.부케티츠 지음, 이가서 펴냄)


'용기'는 때론 개인을 희생시킬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된다. 용기 있는 행동은 칭송을 받기에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해지곤 한다.'자살 폭탄 테러리스트'가 등장하는 것도 그것이 '용기'라 믿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목숨을 잃으면 결국 승자는 누구일까? 세상에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면 100만 종에 가까운 곤충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반면에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종한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프란츠 M.부케티츠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생명과학 전임교수인 저자는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며 '겁쟁이를 위한 변명'을 풀어냈다. 저자는 "겁쟁이야말로 생물의 기본적인 활력소"라며 "비겁함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지 몰라도 삶과 생존에 있어 중요한 동력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한다. 용기와 모험, 도전을 미덕으로 여기고 겁쟁이에게는 비난을 금치 않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은 '겁쟁이'가 생존에 있어 중요한 동력임을 증명하기 위해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적자생존'의 개념을 이용한다. 저자는 오늘날까지 다윈의 이론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단어에서 '적자(適者)'라는 단어가 '가장 용감하거나 겁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삶과 생존을 위한 전략을 갖추고 있는 개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통용되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개념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것이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책은 진화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선택이 오직 크고 사나운 공격자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이것이 진화의 원리라면 작고 방어력이 없는 동물은 이미 멸종하고 없을 것"이라고 말해 바퀴벌레는 '적자'였으나 공룡은 아니었다는 것을 설명한다. 즉 그가 말하는 겁쟁이는 무모하게 힘을 과시해 생존을 위협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따라 행동하는 이를 말한다. 그는 '겁쟁이'가 단순히 생존 전략일 뿐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직장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생존에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이 '강한 자'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적당히 비겁함을 갖춘 '겁쟁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용기가 미덕이라는 이념에 희생돼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며 겁쟁이의 미덕을 제자리에 되돌려놓을 때라고 말한다. 1만 3,5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