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200선도 위태… 증시 '녹다운'

■ 코스피 사상최대 126P 폭락<br>기업실적 악화 전망에 대형주도 하한가 줄이어<br>낙관적으로 봐도 내년 상반기 이후나 회복될듯


글로벌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던 증시가 경기침체와 환율폭등의 결정타를 맞고 ‘녹다운(knock down)’됐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대의 대폭락 속에 1,200선 붕괴마저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처지에 놓였다. 금융위기의 실물경기 전이로 리세션 공포가 본격화하면서 증시는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증시는 이제 금융위기라는 전초전을 지나 경기침체라는 본게임에 접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된 이상 증시가 단기간에 회복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장 추세를 전환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침체 위기감에 사상 최대 대폭락=1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126.50포인트(9.43%)나 폭락한 1,213.78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올 들어 8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사상 최대 폭락세를 보이며 단숨에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도 35.85포인트(9.19%) 하락한 354.43포인트로 마감했다. 지수선물 역시 지난 2001년 9ㆍ11사태 이후 처음으로 하한가(-10%)를 보이는 등 증시 주변에는 공포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전날 미국 다우증시가 실물경기 위축 우려로 7.87% 급락한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매판매가 2002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전이가 확인된 것이 폭락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더구나 이날 원ㆍ달러 환율마저 10.63%나 폭등, 1,370원대까지 치솟으며 우리 증시의 낙폭을 키웠다. 이날 외국인은 6월12일 이후 하루 순매도로는 최고액인 6,36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과 개인이 이에 맞서 426억원, 5,717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폭락장을 막지는 못했다. 강성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급박했던 금융위기에 가려져 있던 실물경기 침체가 전면으로 부각되면서 증시가 폭락했다“며 “경기침체는 금융위기와 달리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장기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 실적악화 전망도 주가폭락 부채질=이날 대폭락은 대형주와 소형주 또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 시총 상위 종목에서도 삼성전자가 7.86% 급락한 것을 비롯해 포스코ㆍKB금융ㆍ현대중공업ㆍ현대건설 등 대형주마저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이 같은 무차별 대폭락은 결국 경기침체가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면서 개별기업들의 실적을 깎아 내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3ㆍ4분기 실적발표를 시작한 우리 증시는 지난 분기까지의 호실적과 상관없이 4ㆍ4분기를 포함한 전망이 어둡게 나타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성장률은 7월 지난해 대비 19.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5%대로 급락했다. 내년 실적 성장률 역시 시간이 갈수록 하향 조정되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는 자본조달이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불러왔으나 이제는 소비위축과 대출부실에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며 “개별기업의 경우 실적악화로 도산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관해도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회복”=경기침체가 증시의 주된 악재로 떠오르면서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회복세로 접어들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는 해결방안이 나오면 단기간에 심리적 안정이 될 수 있지만 실물경제는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상당 기간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과거 리세션 국면이 평균적으로 최소 10개월 정도 지속된 점을 볼 때 우리 경제 역시 미국과의 동조화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필호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금부터는 경기후퇴와 개별기업 실적 부진, 역실적 장세로 접어드는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며 “다소 낙관적으로 추정하더라도 실물경기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보여 증시 역시 이 기간 동안 약세장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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