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리먼 파산, 제2 금융위기?

지난주 ‘9월 위기설’을 벗어나는 것 같았던 우리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소식으로 추석 연휴를 끝내고 문을 연 증권시장에서 16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90.17포인트(6.10%) 내린 1387.75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대폭인 37포인트(8.06%) 폭락해 429.29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환율시장도 극심한 혼란을 보이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IMF 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50원9전 오른 1,160원에 거래가 종료됐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으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정부의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총 해외 자산 규모가 전체 보유자산의 3%에 불구하고 국내 은행 등에 투자한 리먼브러더스의 투자규모도 총 7억2,000만달러에 불과해 국내 회사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끝이 아니고 미국발 금융위기의 지속이라면 이는 국내의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시장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CNBC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츠의 BOA 합병이 발표된 지난 14일을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베어스턴에 이어 미국 5대 대형 투자은행 중 3개가 사라지게 된 이 사태를 가리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1세기에 한번 발생할 만한 사건’이라며 ‘더 많은 금융사들이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미 최대보험사인 AIG(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와 최대 저축대부(Saving&Loan)조합인 워싱턴뮤추얼이 ‘제2의 리먼브러더스’로 주목받고 있다. AIG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소식이 전해진 12일 주가가 하루 만에 31%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신용위기가 끝나기 전에 적게는 300개, 많게는 1,000개의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파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신용위기는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본들이 돈을 거둬들이는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16일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6,086억원을 매도하며 장 하락을 주도했다. 금융시장 불안 차원을 넘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이미 침체 단계로 접어든 선진국 경제가 미국의 신용위기로 더욱 악화된다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큰 타격이다. 미국의 신용위기는 우리의 가장 큰 수출국인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현실화된 15일 중국 정부는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해 긴축우선정책을 폐기했음을 공식으로 선언하였다. 우리 경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심각하다. 가계와 중소기업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6월 말 현재 1가구당 4,000만원인 가계부채는 최근의 고금리와 결합되면서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중소건설 회사들의 부도로 금융기관의 부실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번 추경예산 처리과정에서 보여주듯이 다수 여당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책 없이 밀어불이기를 하고 있고, 야당도 대안 제시는 없이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로 경제외적 한반도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붕괴시키는 제2의 IMF 위기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여야, 좌우 구별 없이 전국민이 합심해 현 상황에 대해서 냉철하게 대처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