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한한공의 도전

지난 71년 미국 댈러스ㆍ휴스턴ㆍ샌안토니오 사이를 운항하는 조그마한 지역항공사가 등장했다. 설립 당시 비행기는 단 3대였다. 저가항공사의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사우스웨스트. 이 항공사는 2년이 지난 73년부터 내리 흑자 행진을 했다. ‘9ㆍ11 테러’ 여파로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이 적자에 허덕일 때도 이 회사는 꾸준히 성장했다. 대한항공이 지난 4일 ‘저가항공’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출사표도 던졌다. 이르면 2년 안에 중국과 동남아 등 중ㆍ단거리 국제선시장에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우스웨스트가 저가항공 시대를 연 지 무려 36년 만이다. 그동안 국적기라는 어드벤티지를 배경으로 ‘고급 고가정책’을 고수해온 대한항공으로서는 과감한 ‘선택’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대한항공 측은 “기존 자회사를 최대한 활용하고 인력과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면 얼마든지 차별화된 저가항공사 운영이 가능하다”며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세계 항공시장은 지금 ‘저가항공 시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갈수록 확산되는 오픈스카이(항공자유화)정책은 이 시대를 보다 앞당기고 있다. 이미 미국에만 20개가 넘는 저가항공사가 설립돼 미국 내 2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무려 60여개의 저가항공사가 영업 중이다. 우리나라와 바로 이웃한 동남아에서는 각국 정부의 비호 아래 20여개 저가항공사가 활동 중이며 새로 선보일 곳도 10여 개에 달한다. 일본(JAL익스프레스 등 7개사)이나 중국(이글유나이티드 등 3개사) 역시 저가항공 시대에 뛰어들었다. 경쟁자가 많은 시장은 ‘먹을 것이 많은 곳’이자 ‘나눠먹어야 하는 곳’이다. 낮은 항공기 가동률과 높은 인건비 부담을 안은 채 국내에서도 저가항공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벌써부터 관심사다. 가격 경쟁은 치열하고 서비스 경쟁은 만만찮다. ‘수저 하나 더 올리자’는 자세로는 자칫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결과만 남는다. 36년 뒤져 출발하는 대한항공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출사표에 담긴 ‘생존 키워드’를 언제까지 간직할 것인지에 달렸다. 내년부터는 저렴한 항공비로 고급 서비스 좀 받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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