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블레어 'EU 초대 대통령' 암운

'14년 장수'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도전장 던져<br>'우군' 사르코지도 돌연 신중… 득표전략에 차질

블레어 英 전 총리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유럽연합(EU) 초대 대통령'을 향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앞길에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가능성만 거론되던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14년간 장수해온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도전장을 내민 것. 융커 총리는 27일 발행된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회견에서 "자리를 뒷받침하는 야심 찬 아이디어들이 있다면 (대통령직을) 권유하는 요청을 듣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융커 총리는 27개 EU 회원국에서 최장수 총리를 지내는 등 풍부한 국정경험과 정치력을 인정받았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회의를 이끌며 회원국들을 조율해 금융위기를 비교적 무난하게 극복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융커 총리는 특히 블레어 총리를 겨냥해 "내부단결에 대한 성과도 없이 EU를 대표하는 척하는 대통령은 필요없다"고 화살을 날렸다. 블레어 총리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영국 출신인데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 등 번번이 EU와 불협화음을 내온 전력을 꼬집은 것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언론에서 '대통령 1순위'로 꼽히지만 공식적으로 EU 대통령직을 원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블레어 총리 대변인도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자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관료가 아닌 정치가로서 대통령직 수행 요청이 올 때 관심을 갖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뒷받침하듯 영국 정부는 블레어 대통령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간지 가디언은 고든 브라운 총리가 최근 선임 자문관인 존 커리프와 킴 다로흐 EU 주재 대사에게 유럽 대륙에서 블레어 전 총리를 위한 지원활동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야당인 보수당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유럽에는 대통령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굳이 뽑아야 한다면 블레어 전 총리처럼 혼자서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대통령보다는 의장 역할을 충실히 하는 사람이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득표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우군이라 여겼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돌연 신중 모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후광을 입고 폴란드ㆍ스페인의 지지를 얻어내 대세몰이를 하려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EU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로권 밖의 EU 대통령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마저 등을 돌릴 경우 블레어가 설 자리는 사라지게 된다. EU 대통령의 공식 명칭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다. 리스본조약에 따라 신설되는 이 자리는 임기 2년6개월에 한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종전까지는 회원국 정상들이 6개월씩 번갈아가며 맡는 형식적인 자리였지만 리스본조약에 따라 EU가 국제무대에서 한 개 국가처럼 활동하게 됨에 따라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미니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은 27개 회원국 중 체코의 비준을 남겨놓았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내년 1월 발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럽 정상들은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간 정상회담을 갖는다. EU 대통령이 의제로 상정돼 있지는 않지만 회원국 간 열띤 논의가 벌이질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EU 대통령이 선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U 대통령은 회원국 정상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EU 내에서 영향력이 큰 프랑스와 독일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EU 정상회담에 앞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여기에서 블레어 전 총리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