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6월 9일] 국민 섬기는 응급의료

국내에서 교통사고ㆍ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는 환자 100명 중 33명 정도가 현장에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거나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돼 진료를 받는다면 살 수 있는 경우라고 한다. 응급의료 시스템이 미흡해 ‘살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선진국은 그런 응급환자의 비율이 10~20명 수준이라고 한다. 이 같은 현실은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 같다. 보건복지가족부 등에 따르면 전국 428개 응급의료기관 가운데 72%를 차지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 309곳 중 절반 이상이 응급실 전담의사 두 명 이상을 배치하도록 한 법정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응급의료 인프라가 여전히 취약하다고 한다. 전담의사가 없는 곳도 23%(71곳)나 된다. 전체적인 법정기준충족률(인력ㆍ시설ㆍ장비)은 지난 2004년 82.7%에서 지난해 86.3%로 향상됐지만 인력충족률은 76.5%에서 74.1%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응급의료기관의 23%(99곳)를 차지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인력충족률도 86.5%로 전체 법정기준충족률보다 8.8%포인트 낮다. 응급실은 100원을 투자해서 68원만 건질 수 있는 ‘적자 구조’여서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란다. 당연히 도시 지역보다 인구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데다 의료 인프라가 뒤떨어진 농어촌 지역은 ‘응급의료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응급의료수가를 올려주든지 예산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지부가 올해 응급의료기관 인력ㆍ시설 등의 확충에 지원할 예산은 126억원으로 지난해(146억원)보다 14%가량 줄어들었다. 교통범칙금 감소 추세에 따라 범칙금의 20% 등을 재원으로 한 응급의료기금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이명박 정부의 ‘예산 10% 절감’ 방침에 따라 복지부의 지원 예산이 그 이상 삭감됐기 때문이다.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다행히 철도 객차와 소방서 일반구급차, 주요 철도역사ㆍ버스터미널ㆍ종합운동장 등 300개 다중이용시설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사람을 응급처치할 수 있는 자동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 등을 갖추도록 한 개정 응급의료법이 오는 15일부터 시행된다. ‘심폐소생 응급장비 구비대상’이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 근거가 없어 사실상 ‘권고법률’이기는 하지만 심장마비로 쓰러진 심질환자 등이 병원에 가보기도 전에 사망하는 불상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과 ‘심폐소생 응급장비 의무구비제도’ 내실화, 학교 등에서의 심폐소생술 교육 강화에 힘쓰는 게 국민을 섬기겠다는 실용정부가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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