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정명수의 머니 서바이벌] (4) 게으른 자를 위한 투자전략


“매일 아침 종합지와 경제지를 샅샅이 훑는다. 관심 있는 기업의 주담(주식담당자) 전화번호는 외우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기업 속보를 받는 것은 기본이다. 분기 마다 열리는 IR 행사도 빠지지 않는다. 증권사 리포트를 정독하고, 시장에서 좀 한다는 고수들의 강연도 기회가 될 때마다 챙겨 듣는다. 투자 관련 서적은 한 달에 두 세 권 읽고, 웬만한 기술적 분석은 전문 챠티스트 버금간다.”

누구 얘길까? 투자자문사에 근무할 때 알게 된 고객 중 한 분이다. 본래 직업은 동물병원 의사다. 병원 돌봐야지, 투자도 해야지, 정말 바쁘게 시간을 쪼개 쓰고 계셨다. 그런데 투자 성적은? 노력한 것에 비하면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었다.


“상무님, 내가 한다고 하는데, 왜 주식으로 재미를 못 보는 걸까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중산층 주택가에 터를 잡은 동물병원이니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것도 아니다. 무슨 마약을 하는 것처럼 주식에 끌린단다. 부지런히, 열심히 주식 공부를 하는데 결과가 시원치 않으니까, 그게 다 스트레스란다.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 문제다. 여의도 증권가 점심 시간에 한 번 나와 보시라. 흰 와이셔츠에 번쩍이는 안경을 쓴 증권맨들이 바글바글하다. 눈빛부터 명동이나 강남역과는 다르다. 국내외 나름 좋은 대학 나오고,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일년 삼백육십오일 하루 스물네 시간 컴퓨터 앞에 머리 박고 앉아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주식이고, 투자다. 경쟁자가 여의도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큰 손은 외국인 아닌가! 내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이걸 업으로 하는 사람만큼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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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재테크에 집착하고, 몰입한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좀 게을러야 한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판단이 더 어렵다. 따지고 보면 그 정보라는 것이 얼마나 결정적인 것인지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잘나신 전문가님들 보고 주식을 열심히 파라고 하자. 신문, 방송, 리포트 굳이 열독할 필요 없다. 여의도에 치이고, 밟히는 주식 전문가들이 분초를 다퉈가며 종목을 발굴하고 있다. ‘게으른 투자자’는 모든 정보가 하나로 집약됐을 때 결과만 따박따박 취하면 된다. 그 결과?

‘정보가 집약된 결과’란 주가 그 자체다. 누군가가, 어떤 이유로 사는 지 모르지만, 주식을 사면 주가는 오른다. 좋은 주식,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주식은 더 오른다. 나는 그 주식을 그냥 따라 사면 된다. 이른바 트랜드 팔로잉(Trend Following) 투자다. 묻지마 따라하기(Piggy Back) 투자도 괜찮다. 미국 ETF 중에는 유명한 헤지펀드의 투자 종목을 그대로 모방해서 투자하는 것이 있다. 이 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이 50%가 넘는다.

지금 당장 신문의 주식 시세 면을 펼쳐보시라. 52주 최고가 종목이 표시돼 있을 것이다. 거래량이 충분히 많은 것으로 10 종목만 분산해서 투자해 놓고 기다린다. 내가 산 가격에서 10% 떨어지면 군말 없이 판다. 그 돈으로 계속 오르는 주식을 더 산다. 대표적인 트랜드 팔로잉 투자가 되겠다. 웬만한 신문에는 주간 외국인 순매수 종목 표가 실린다. 그 표에서 거래량이 많은 것 10 종목을 분산 투자한다. 역시 10% 떨어지면 판다. 전형적인 피기 백 투자다.

전문가들이 추천하거나, 스스로 열심히 연구한 종목과 딱 3개월만 수익률 비교를 해보자. 노력 대비 수익률을 감안했을 때 어떤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 게으른 자여, 그대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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