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슈퍼코끼리 인도시장을 잡아라] <하>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로

문화·인적 교류 늘려 印국민성·시장 이해도부터 높여야<br>다양성·느린 생활에 익숙한 나라 36개주 정책 기준도 서로 달라<br>'거대 소비시장' 잠재력 크지만 무작정 달려들었다간 큰코 다쳐<br>한국 하드웨어-印 소프트웨어 전략적 협력으로 윈윈 모색을



인도는 다양한 색의 나라다. 거리ㆍ상점ㆍ사원 등 일상생활 어디에서나 현란한 색깔의 홍수를 만난다. 다양한 색은 신들이 좋아하는 색이다. 창조의 신 브라만은 붉은색, 유지의 신 비슈누는 푸른색, 파괴의 신 시바는 흰색…. 다양한 색과 인종ㆍ종교를 가진 인도인들의 약속은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다르다. 오늘은 이해관계가 합치됐다가도 내일은 상충되며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지만 다양성에 익숙한 인도인들에게 나름대로 그들의 사회를 유지하는 처세술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인도에 대해 "중요한 나라인데 쉽지 않은 나라인 것 같다"며 "그러나 노력하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은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과 교육열 등으로 성장잠재력은 높지만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쉽다는 얘기다. 최문석 KOTRA 인도 뉴델리무역관 센터장은 "인도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달려들었다가는 과거 중국에서와 같이 실패하고 짐을 싸야 하는 어려움을 맛보기 쉽다"고 조언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의 이면=인도가 가장 자부심을 갖는 것은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한번 선거를 하면 7억여명이 동시에 참여하고 자유경쟁을 표방한다. 중국과는 다른 민주주의 방식의 발전전략에 대한 잠재력도 높게 평가된다. 그렇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이방인들이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인도 민주주의는 36개 주마다 친(親)기업적인 주와 이에 상반된 곳 등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정책기준으로 혼선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의 오리사주 제철소 건설. 중앙정부의 승인이 났음에도 용수부족을 이유로 이주를 거부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주정부가 승인을 내주지 않으며 몇 년째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이는 인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토지보상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인도공장 신축 프로젝트를 철회했고 타타자동차도 벵골 서부지역에 나노자동차 생산공장을 세우려다 서부 구자라트 지역으로 옮겼다. ◇인도에 대한 이해가 우선=지난해 8월 인도의 마힌드라앤마힌드라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주인도대사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나쁜 인수합병(M&A) 사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 긴밀히 회사에 대한 정보파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쌍용차를 인수하는 마힌드라앤마힌드라그룹은 그 시간 임원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 등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었다. 인도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는 "인도 사람들은 한국인의 성실성을 제일 높게 보는데 우리는 인도시장만 본다"고 말했다. 김광로 비데오콘 부회장은 "우리가 60점으로 보면 그들도 우리를 60점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인도 사람들의 특성은 '슬로라이프(느리게 살기)'로 대변된다. 급하지 않게 무엇이든지 참고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 안길석 LG전자 인도법인 부장은 "국민성 자체가 늦어 한국에서 1개월이면 될 것이 여기에서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된다"면서도 "인력수준이 높기 때문에 기술적인 무장만 되면 무서운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서 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전KPS 관계자도 "이야기가 다 진전된 것 같다가도 다음주에 다시 와달라는 말에 차로 6~7시간 걸리는 지역을 수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인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면 인적교류 확대와 함께 문화적 교감을 높여야 한다. 또 인도에 대한 정보제공 채널을 다양화해 수출기업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성도 높다. 아난드 샤르마 인도 상공부 장관은 "인력이동은 민감한 부분이어서 한꺼번에 개방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증가하고 있고 인력활용이 될 분야는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하드웨어, 인도 소프트웨어 윈윈=인도는 정보기술(IT)ㆍ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대표 강국으로 꼽힌다. 반면 우리나라는 SW가 유난히 취약하고 건설 등 하드웨어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양측이 윈윈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갖춘 것이다. 특히 SW 협력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따라 무역수지 불균형이 커질 것이라는 인도의 걱정도 덜어낼 수 있다. 그러나 양측은 지난해 1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방문을 계기로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전된 결과는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인도는 경제개발5개년계획(2013~2017)을 통해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철도ㆍ통신ㆍ원전ㆍ항만 등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협력을 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이시티아크 인도 델리공대(IIT) 부총장은 "한국의 과학기술은 전체적인 시너지와 이미 만들어진 결과물이 엄청나다고 본다"면서 "계속해서 한국의 학회ㆍ대학ㆍ기업들을 리서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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