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있는 곳에는 보상이 있기 마련이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눈에 띄는 실적개선을 이뤄낸 기업들에는 대규모 승진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기업의 경우 분위기 쇄신을 위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수 있어 임직원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삼성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경우 대규모 승진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보기술(IT)경기 침체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연이어 사상 최고 실적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사실상 '원톱'으로 급부상한 IM(인터넷ㆍ모바일)사업부에 승진인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등 휴대폰을 담당하는 IM사업부는 지난 3ㆍ4분기 36조5,700억원의 매출과 6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삼성전자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각각 62%, 66%에 이르는 규모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윤 사장은 소비자가전(CE)부문을, 신 사장은 IM부문을 각각 이끌고 있으며 두 사업부문 모두 실적이 좋아 승진 가능성이 주목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한 건설 및 화학계열사들에는 문책성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올 들어 3ㆍ4분기까지 1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이번 인사에서 발탁 등 격려의 뜻을 담은 인사가 일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 유럽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10월까지 중국에서 현대차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4.3% 늘어난 84만954대를 판매했고 기아차는 17.8% 증가한 44만5,876대를 팔았다. 생산과 판매, 마케팅이 두루 잘된 결과다.
유럽 역시 자동차 수요가 6년 연속 후퇴하는 가운데서도 성장세를 잘 지켜냈고 브랜드이미지 강화 부문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승진인사가 예상된다.
이 밖에 국내 노무 부문도 격려성 인사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해 현대ㆍ기아차의 파업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노조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올해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낸 한 해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대적인 승진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미 '시장 선도'를 주문하며 대폭의 인사이동을 거친 만큼 올해는 인사폭이 다소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 사업부문별로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둔 사업부문은 없었지만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해 개별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낸 젊은 인재들의 '깜짝 발탁'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인사에 관해서는 두 가지가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하나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 다른 하나는 그룹에서 강조해온 시장 선도를 위해서 치열하게 도전했느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의 핵심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산하 주요 3개 회사의 수장이 모두 사장 임기를 채우게 됐다. 박봉균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차화엽 SK종합화학 대표이사 사장, 최관호 SK루브리컨츠 대표이사 사장 등 세명 모두 2011년 1월 취임해 연말연시 인사 즈음 3년 임기를 맞는다. SK이노베이션의 각 계열사들은 최근 유례없는 정제마진 하락과 글로벌 경기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SK 측이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각 대표들의 임기 및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을 업계 전반의 위기로 판단해 회복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될지, 아니면 현재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경우 올 한 해 실적악화와 높은 부채비율에 발목이 잡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독립경영을 유지해온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지원에까지 나서면서 안팎으로 승진인사에 나서기에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