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연금개혁 협상만 남아… 그리스 구제금융 타결 '시간문제'

그리스 총리 "유로 재무장관 회의 전 마무리"<br>1300억유로 유동성 수혈로 시장 안정 예상<br>"추가긴축 여력 없어…낙관은 금물" 지적도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이후 4개월 가까이 지속돼온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로화 사용국 가운데 최초로 부도위기에 몰렸던 그리스는 1,300억유로의 유동성을 긴급 수혈 받아 일단 한숨을 돌리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당분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빈사상태에 이른 그리스 경제에 혹독한 추가 긴축을 감당할 만한 체력이 남아 있을지 의문인데다 오는 4월 총선 등 돌발변수도 남아 여전히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와 과도정부 구성을 지지한 사회당ㆍ신민당ㆍ라오스(LAOS) 등 세 정당 당수들이 새벽1시까지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정부와 EUㆍ유럽중앙은행(ECB)ㆍ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와의 협상을 통해 마련한 구제금융 지원조건 합의안에 동의한다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파파데모스 총리는 회동 직후 성명에서 "추가 긴축 최종 합의에 단 한 가지 장애물(연금개혁)만 남겨놓았다"며 "9일 저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에 앞서 모든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은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현재 160% 선에서 120%로 끌어내린다는 대전제 아래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돼왔다.


우선 1,300억유로의 돈줄을 쥔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에 ▦2015년까지 공공 부문 일자리 1만5,000개 감축 ▦최저임금 평균 22% 삭감 ▦30억유로 규모 정부지출 추가 긴축 ▦사회보장연금제도 수술 등을 요구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 없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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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는 이 같은 긴축안에 대한 정치권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지난 7일 이후 세 차례나 합의가 연기되면서 불안감을 키워왔다. 하지만 그리스 정치권이 연금개혁 문제를 제외하고는 이견을 좁히면서 결국 타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날 "총선을 앞둔 그리스 정치인들로서는 국민들에게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어떤 식으로든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제금융의 또 다른 전제조건인 국채교환 프로그램(PSI) 협상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채권단은 현재 보유한 그리스 국채를 30년물 장기채권으로 교환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3.5% 선으로 맞춰 액면가 대비 70%의 손실을 감수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그리스 구제금융은 크게 윤곽을 그리면 9일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승인될 경우 12일 그리스 의회 긴축안 통과, 13일 민간채권단 국채교환 개시 등의 절차를 거쳐 바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걸림돌도 여전히 많다. 그리스 정상화에 1,300억유로보다 더 많은 자금이 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EU가 부족한 자금을 대거나 ECB가 보유한 그리스 국채도 손실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 재정을 감시하는 특별기구를 설치하거나 구제금융 자금을 제3자가 관리하는 특별계좌에 입금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아직 이 같은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계속되는 추가 긴축에 분노한 그리스 국민들의 반응이다. 이르면 4월 실시되는 총선에서 그리스 정치지형이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이 EU 차원에서 그리스 성장을 도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긴축안이 시작되면 올해 그리스 경제성장률은 -4~5% 선으로 추락해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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