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은 올 4.4분기 경기가 3.4분기보다 더 나빠진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가 전국 1천4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4년 4.4분기 기업경기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4.4분기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79로 2.4분기 105, 3.4분기 89보다도 훨씬 더 낮아져 제조업체들의 경기 전망이 매우 어두운 것으로 분석됐다.
BSI가 8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1년 1.4분기(BSI 63) 이후 처음이라고 상의는 밝혔다.
또 4.4분기 경기가 3.4분기보다 호전된다는 응답 비율이 전체의 20.9%로 전분기(22.6%)보다 낮아진 반면 악화된다는 응답률은 42.2%에 달해 전분기(33.5%)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어두운 경기 전망이 나온 것은 국제유가의 지속적 상승세, 중국의 긴축정책, 선진국 경기회복 지연, 수출증가세 둔화 등 국제환경 악화에 겹쳐 가계부채,청년실업, 신용불량 문제 등으로 국내 소비도 크게 위축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상의는 덧붙였다.
BSI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0-200 사이에서 표시되며 100을 넘으면 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임을 각각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3.4분기 BSI실적치도 68에 그쳐 3.4분기(85)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3년간의 BSI 추세(상의조사결과 기준)를 보면 지난 2002년에는 1.4분기 80에서 2.4분기 133으로 크게 뛰었다가 3.4분기 125, 4.4분기 111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줄곧 110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4분기 88, 2.4분기 97, 3.4분기 89, 4.4분기 90으로 내내기준치 100을 밑돌았고 올해 들어서도 1.4분기 89에서 2.4분기 105로 일시 좋아졌을뿐 그 이후로는 다시 3.4분기 89, 4.4분기 79로 곤두박질 쳤다.
4.4분기 BSI를 세부 항목별로 보면 내수(3.4분기 88→84)와 수출(3.4분기 106→101)이 모두 떨어졌으며 특히 우리 경제를 혼자 끌고가다시피 하고 있는 수출 경기도 둔화 조짐을 보여 우려를 낳았다.
그밖에 생산설비가동률(99→93), 생산량(99→93), 설비투자(103→97), 자금사정(77→75), 경상이익(69→66), 원재료가격(41→40), 제품판매가(89→83), 제품재고(94→85) 등 전항목의 BSI가 3.4분기보다 나빠졌다.
기업 규모별로 봐도 대기업(96→84)과 중소기업(88→78) 모두 3.4분기보다 낮아졌으며 특히 수출호조에 힘입어 2002년 1.4분기 이후 줄곧 BSI 100 이상을 유지해온대기업이 2분기 연속 100 이하를 기록해 대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상당히 악화됐음을보여줬다.
주요 업종 중에는 전자.반도체(99)와 조선(96) 정도만 4.4분기 경기가 3.4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고 자동차(88), 기계(85), 석유화학(80), 철강(70), 정유(60) 등은 모두 기준치 100을 크게 밑돌았다.
경영애로 사항으로는 전체의 42.6%가 `원자재 확보'를 꼽았고 그밖에는 자금(24.3%), 환율변동(7.5%), 인력(7.4%), 임금(6.0%) 등이었다.
이번 조사는 8월 2-12일 전국 1천4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중 1천316개사(대기업 167개사.중소기업 1천149개사)가 조사에 응했다고 상의는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