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의를 계속해왔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9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률적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조만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상반기 안에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 주요 내용의 핵심은 국내 투자은행의 활성화 차원에서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지정과 업무 다양화 유도, 자본시장의 인프라를 효율적인 경쟁체제로 변모시키기 위한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도입 등이었다. 부가적인 개정안으로는 상장기업의 조건부자본증권과 독립워런트 발행을 허용해 자금조달 수단의 다양화를 꾀함과 동시에 현행 신주의 주주배정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권주의 발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신주가 저가로 발행되는 경우 신주인수권증서의 발행과 유통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또한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 활성화를 위해 예탁결제원의 중립적 투표제도(Shadow Voting)를 2015년부터 폐지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 통과로 불확실성 제거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일정 부분이 법안소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원래 정부안이 수정돼 통과됐다. 수정된 내용으로는 전문사모집합투자기구(헤지펀드)에 대한 전담중개업무(프라임 브로커) 중 신용공여 범위가 증권 관련으로 한정됐고 기업과 개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가 정부안인 각각 자기자본 100% 이내에서 기업과 개인 총액이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한정됐다. 또 한국거래소가 100% 자회사로 ATS를 설립할 수 없도록 해 거래시장에서의 경쟁이 유효성 있게 전개될 수 있도록 했다. 신주의 주주배정시 발행가격에 관계없이 신주인수권증서를 발행하도록 했고 대주주 등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으로 독립워런트 도입은 무산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시 예상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금융투자사업자 전반에 걸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대형 증권사들은 2011년 4ㆍ4분기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요건을 맞추기 위해 일제히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증자했는데 그동안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자본효율성이 떨어지면서 벨류에이션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해당 증권사들의 투자 매력도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다양해진 투자업무의 수익성 전망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현재 대부분의 헤지펀드 전략들이 주식과 관련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전담중개업무의 신용공여가 증권으로 한정될 경우 보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헤지 펀드 출현이 어렵게 될 것이다. 또한 투자은행이 수행하게 될 다양한 기업자문 활동에는 기업에 대한 융자가 불가피하게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대출과 개인 신용융자 한도를 함께 묶은 것은 지나친 규제로 생각된다. 인수합병(M&A)자문 과정에서 인수자금 제공, 신생기업에 대한 자기자본투자(PI) 차원의 융자 등과 같이 투자은행 핵심업무에 필요한 활동을 위축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수익모형 창출에 힘써야
한편 일각에서는 은행업무의 허용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는 투자은행이 해당 기업들과 장기적인 성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의미에서 역할이 구분됨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자금조달비용 면에서는 증권회사들이 훨씬 불리하기 때문에 은행과 기업금융 측면에서 직접적인 경쟁은 어려운 실정이다.
다자간매매체결회사의 도입이 실질적으로 거래시장 효율성을 증대시켜주기 위해서는 ATS 사업자가 자유롭게 경쟁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한국거래소의 거래 수수료는 이미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거래수수료 경쟁보다는 시장 접근성이나 최소호가단위의 세분화와 같은 투자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거래량 급감에 따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증권업계가 어렵사리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을 계기로 새로운 수익모형을 창출하면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