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국의 '윤전기 아베' 지지가 몰고 올 파장

엔저 기조 심화 우려… 환율전쟁 부추기나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이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브레이너드 차관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해 아베 정부의 공격적 경기부양책에 힘을 실어줬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재정확대와 양적완화를 통한 디플레이션 탈출에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엔저 유도가 포함돼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록 환율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나 슈퍼파워 미국의 아베노믹스 지지는 사실상의 엔저 용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엔저의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고 평가한 대목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미국이 용인한 엔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아베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00엔 수준이 적절하다고 말한 전례에 비춰보면 양국 간 그 정도 선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볼 수는 있다. 그러지 않아도 새 일본은행 총재가 오는 4월 취임하면 엔저 기조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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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을 감싸는 배경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조폐윤전기를 무제한 돌리겠다는 아베의 엔저정책에 면죄부를 준 것은 이웃한 우리나라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문제의 발언이 외환시장에 전해지자 엔화가치는 달러당 94.46엔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0년 5월5일 이후 약 2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윤전기를 돌려 일본경제가 되살아난다면 우리에게도 긍정적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엔저로 초래될 후유증이 문제다. 당장 우리 기업의 수출이 더 어려워진다. 핫머니 유입의 부작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어느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환율전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도 있다.

이번주 말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마침 환율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의제에 올라간다고 하니 일단 기대를 갖게 한다. 주요 선진국의 돈 풀기 정책으로 촉발된 환율전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는 국제 공조방안 모색에 외교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그동안 검토해온 외환시장안정대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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