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 아들 군대 못 보내" 국적포기 폭증

개정안 통과후 100배이상 늘어, 95% 남자…대부분 사회지도층·상류층 자녀 추정<br>"국적 포기했으면 한국 떠나야"…"국가가 의무만 강요하는 것 같아 억울"

하루 평균 1-2건에 불과하던 국적포기 신청자 수가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4일 이후 100배 이상 폭증하고 이들 중 대부분이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한 남자인 것으로 나타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국적업무출장소에는 평소보다 수십배에 달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날 오전 11시20분 현재 출장소를 방문해 대기한 인원만해도 300명을 넘었으며문의를 제외하고 실제 접수 건수만 해도 이날 오전에만 50명은 충분히 넘는 것으로파악되고 있다. 국적업무출장소 관계자는 "실제로 접수된 사례 중에서 1988-1991년 출생한 남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전체 접수건수 중 여자는 1-2건밖에 되지 않아 거의 전부가 병역 의무를 앞두고 있는 남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한달 간 국적 포기를 신청한 수는 22건에 불과했지만 국적법개정안이 국회통과한 이달 4일 이후 폭증, 6일 97건, 7일 47건, 9일 46건을 각각 기록하더니 10일에는 무려 143건으로 집계됐다는 게 출장소 측의 설명이다. 미국 덴버에서 태어난 김모(15)군은 어머니에게 위임해 11일 국적포기를 신청했다. 미국에서 출생한 전모(17)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대신해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왔다"면서 "병역 문제가 고려의 대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계속 살기에는 국적을 포기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신청을 한큰 이유"라고 말했다. 아들의 국적 포기를 신청하러 온 한 여성은 "아들이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 말고 군대 문제로 귀국하다 보면 학업 지속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국가가 의무만을 강요하는 것 같아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적포기를 신청하러 온 대부분은 교수, 의사, 해외 상사 주재원, 외교관 등 사회 지도층과 상류층 인사들의 자녀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을 교수의 아내이자 5살 아들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여성은 이번 국적법 개장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의도적인 원정출산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겠지만 실제 필요에 의해서 혹은 어쩔수 없이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아이를 낳은 경우까지 싸 잡아서 매도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입국사무소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다른 대한민국 남자와 마찬가지로 병역의무를 치르고 나서 국적을 이탈하게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다"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mongsug'란 ID(이용자 신분)의 네티즌은 "연예인 운동선수, 유명한 사람들의자식들, 힘 있고 `빽' 있는 자들은 이래저래 다 빠지고 결국 국방의 의무는 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민초들이 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ID `ssukkumi'의 네티즌도 "한국 국적을 포기했으면 당연히 한국을 떠나야 하는게 맞다"면서 "국적을 포기하면 한국에서 살아갈 권리도 같이 없어지는 것"이라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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