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2월 3일] 차이나 퍼즐

"중국 사업은 퍼즐 맞추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50개짜리 조각으로 맞출 수 있는 게임인지 아니면 500개짜리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20년 넘게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해온 지인이 최근 기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업가들이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보고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실패하는 현상의 원인을 지적한 말이다. 퍼즐 조각에는 중국의 문서상 법규에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잠(潛)규정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상이한 정책, 중국 특유의 기업 정서와 여론 등 다양한 것들이 있을 수 있고 이들 갖가지 요소들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했을 때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스타벅스는 베이징의 자금성 안에 자사 간판을 달고 입점했다가 중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한복판에 외국 상표가 들어섰다는 중국 내 여론 뭇매에 못 이겨 결국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 나라에 맞게 적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가들은 그동안 중국에서의 장밋빛 성공만 꿈꾸고 중국의 퍼즐을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이들은 인생을 걸고 그곳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몇 년 해보다 안 되면 철수하면 되지 하는 '나그네' 의식이 알게 모르게 깔려 있다는 게 중국에서 십수년씩 사업을 해오고 있는 이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성공 신화로 주목받고 있는 대만의 유통업체 따룬파(大潤發)는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중국 장강 삼각주를 중심으로 한 화동지방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이 업체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체인점을 점차 늘리면서 지난해 매출이 프랑스계 다국적 유통업체인 까르푸를 제치고 외자 유통업체 중 1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중국 남방에만 머물 뿐 베이징 등 북방으로 진출하지 않고 있다. 체인점 진출의 절대요소인 중요입지 확보 등에서 중국 중앙정부 산하 국영기업에 비해 열세에 있을 수밖에 없는 등 여러 제반 요인을 분석한 결과, 북방 진출은 리스크가 크다는 게 이유다. 10년 넘게 중국 시장을 두드려온 SK는 올 하반기부터 한국 본사에서 중국으로 임직원을 파견하는 '주재원' 제도를 없애고 기존 주재 임직원들을 모두 중국 현지법인 소속으로 바꾸기로 확정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상 혜택을 모두 포기하고 중국의 법규와 관행에 맞춰 중국에서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SK 임직원들은 이제 여차하면(?) 돌아갈 데가 없는 처지가 됐으니 중국의 퍼즐을 맞출 수밖에 없는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SK의 결연하고 참신한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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