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엔화 강세와 글로벌 경기의 부진으로 지난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본 경기 침체가 지표로 확인되면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은 야당과의 무한 대치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일본 경제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BOJ의 발표를 인용, 1ㆍ4분기 단칸(短觀ㆍ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 대형 제조업 지수가 토요타, 캐논 등 수출 기업의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 19에서 11로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4년래 최저치로 2분기 연속 하락한 것이며,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3을 밑도는 것이다. 대형제조업체의 체감경기 악화는 엔화가 미 달러화 대비 강세를 이어가면서 수출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 토요타는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캐논도 9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판매가 줄어들 전망이다. 소시에테제너널(SG)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글렌 마구어는 “일본 경제의 양축인 투자부문과 수출 부문이 모두 악화되면서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트레이더 가운데 55%가량이 BOJ가 12월까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구어는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일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돼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금리 인하는 단 시일 내 단행되기 보다는 신중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분열 양상을 띄고 있는 정치권도 이 같은 경제 위기 징후에 부담이 되고 있다. BOJ 총재의 공석 사태를 빚은 후쿠다 내각은 이번에는 세수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3월로 끝난 휘발유세 잠정세율의 연장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발 때문에 가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일본 정부의 세수는 260억달러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후쿠다 총리는 “야당의 고집으로 국가 재정이 위험에 처했다”며 “결국 복지 예산 등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야당은 휘발유세 잠정세율을 폐지하면 일반 가정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후쿠다 내각의 지도력 부재는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하루짜리 콜 금리는 0.64%로 정책 목표치인 0.5%를 크게 웃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