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정은 회장 "대북사업 의지 변함없다"

'북 핵실험' 시련맞은 취임 3주년…일부 중단요구속 대외활동 줄이고 내부단속 주력


“현대그룹에 왜 이렇게 끝없는 시련이 닥쳐오는지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현대그룹의 한 관계자) 21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위기 때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을 즐겨 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좋아하던 말이기도 하다. 그룹을 떠맡은 후 어려움이 닥쳐도 특유의 ‘뚝심경영’을 앞세워 정면돌파를 해왔던 그였다. 그런 현 회장도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말수가 부쩍 줄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윤이상음악제 참석을 위한 평양 방문을 포기한 데 이어 그룹에서 준비했던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도 막판에 결국 취소했다. 현 회장은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과 일부 정치권의 금강산 관광 중단 압력에도 일정 대응하지 않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이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다독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사장 및 임원진에게 “대북사업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정부 방침이나 여론에 발맞춰 대응책을 마련해가자”며 “계열사들의 실적이 괜찮으니 맡은 업무에 충실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강산 사업이 현대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고민의 깊이가 느껴지는 대목일 수밖에 없다. 현 회장은 그동안 여러 번의 위기를 원칙을 지켜가며 과감히 돌파해왔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2003년 10월 회장에 취임한 그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현대그룹은 2003년 그룹 전체적으로 2,6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년 만인 지난해 7,776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8월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퇴진과정에서도 북한과 갈등을 빚었지만 끝내 윤리경영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를 통해 대북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고 그룹 내 영향력도 한층 굳힐 수 있었다. 원칙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현 회장에게 핵실험 사태는 자신의 힘과 의지만으로 돌파하기 힘든 과제다. 열심히 대책을 만들고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이 속상해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일부 정치권과 미국의 집중공세, 벼랑끝 전술을 펴는 북한 사이에서 장고에 들어간 현 회장이 과연 이번에는 어떤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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