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5일] 중견기업의 자각이 필요할 때

"치어(稚魚)일 때는 물살부터 수온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맞춰줘야 하지만 중고기로 자라 방류를 해주면 이윽고 큰 고기로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최소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 방류해주는 것이 원칙이죠." 일전에 만난 한 기업체의 대표는 정부의 기업 정책에 대해 이 같은 말을 했다. 중소기업 창업으로 시작해 비교적 빠른 시간에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키워가고 있는 이 사장은 자생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장착한 중견기업들에 대한 정부 정책은 분명 중소기업과는 다른 것이어야 하지만 중고기가 큰 고기로 자라기 위해서는 대기업 정책과는 차별화된 지원과 성장 유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발표된 정부의 중견기업 육성책은 이 같은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견기업 관련 단체들은 "업계의 숙원이 해소됐다"며 한껏 고무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환영과 관심의 목소리를 높이는 관련 단체들과 개별 기업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온도차가 있는 듯하다. 조사를 주관한 중견기업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 그 내용을 개별 중견기업들에게 수차례 고지하고 의견 제출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사실 자신들이 중견기업에 속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아 적극적인 피드백은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묵묵히 회사를 꾸리느라 여력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그동안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만큼 아예 기대치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 스스로가 중견기업이라는 자각이 없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낸다. 아무리 정책으로 뒷받침을 해도 당사자인 중견기업들의 자각과 적극적인 호응 없이는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없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중견기업 육성책은 지금까지 없었던 정책 대상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정부 산업정책 패러다임의 커다란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원활히 성장하기 위한 첫 단추는 끼워졌다. 두번째, 세번째 단추를 온전히 끼우기 위해서는 중견기업 스스로의 의식과 자리매김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주인공은 정부가 아니라 중견기업들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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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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