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유혈사태에 이집트 금융시장 '잠정폐쇄' 돌입=이집트 전국에서 최소 638명의 사망자와 4,200명의 부상자를 낳은 최악의 유혈사태로 가뜩이나 위태로웠던 이집트 경제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15일(현지시간) 오는 2020년 만기 도래하는 이집트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22%포인트 뛴 9.01%를 나타냈으며 국가 신용지표 중 하나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7.95%를 기록, 이틀 사이 0.45%포인트의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CDS 수치가 오르면 그만큼 국채부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국가신용도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이집트 당국은 금융시장 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이날부터 17일까지 은행 및 증권 거래중단을 지시했다. 이집트 증시가 강제 중단된 것은 2011년 1월 아랍의 봄 이후 처음이다.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9억2,900만달러 규모의 국채발행 및 외화매각 계획도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융시장 폐쇄조치가 시장 불안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한 신흥시장 분석가는 "은행과 증권거래소를 닫은 것은 치안병력이 좀 더 크고 강압적인 진압을 추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지지파는 16일 군부의 시위대 무력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분노의 금요일' 시위를 예고, 이집트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엑소더스 가시화=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남아 있던 외국인들도 속속 이집트에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올 초부터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갔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안심리가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 가동중단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일본의 도요타, 유럽계인 로열더치셸과 일렉트루룩스 등 이집트에 진출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유혈사태 직후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GM은 카이로 시내의 사무소도 폐쇄하고 사태를 지켜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샤크 시디키 EXT캐피털 시장전략가는 "이번 사태로 올해 1.2% 달성이 예상되던 이집트 성장률이 '수직낙하'할 수 있다"며 "13%에 달하는 현재 실업률도 연말에는 15%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엑소더스가 본격화되더라도 이집트 경제에 당장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낙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을 환영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만 주변국이 120억달러 상당의 원조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집트 유혈사태의 영향으로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해산브렌트유 9월물은 전날보다 38센트 오른 배럴당 110.2달러로 마감했다. 북해산브렌트유가 110달러대로 올라선 것은 4월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