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은행의 대출금 중 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2.7%로 사상최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산업 대출금 중 설비투자 등에 쓰이는 시설자금 비중은 20.1%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은행 대출금의 절반 가량이 부동산 구입 등의 목적으로 가계로 흘러가고 기업에 들어가는 나머지 절반 역시 설비투자보다는 인건비 지급 등 운영자금에 80% 가량이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 상반기 중 예금 은행의 산업별 대출금 동향’에 따르면 산업 대출금은 지난 6월 말 현재 295조6,705억원으로 전체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7%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산업 대출금 비중은 사상최저로 98년 12월 말 75.9%와 비교해 현격히 떨어진 것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기업보다는 신용위험이 낮은 가계대출 확대에 적극 나선데다 저금리 기조 정착, 부동산 급등 등으로 가계의 자금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가계대출 비중 증가세(산업대출 비중 감소세)는 최근 가계대출 억제정책 영향으로 다소 둔화됐다.
시설자금 대출금 잔액은 59조3,249억원으로 2.0% 증가, 지난해 하반기(1.8%)보다는 증가폭이 약간 커졌으나 지난해 상반기(4.2%)에 비해서는 절반 아래로 대폭 둔화됐다. 특히 산업 대출금 총액에서 시설자금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로 나타나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시설자금 대출금 비중은 2002년 상반기 중 21.4%였으나 지난해 상반기 20.6%, 하반기 20.4% 등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이는 경기부진으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부진한데다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대출금 잔액이 23조8,97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8% 증가, 지난해 하반기의 1.9% 증가에 이어 낮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건설업의 지난해 상반기 중 대출증가율이 20.6%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1년 사이 증가폭은 그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극히 부진한 것이다. 도소매업도 지난해 상반기 대출증가율이 13.8%였으나 하반기 6.8%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2.8%로 둔화됐다. 제조업은 지난해 하반기 0.8% 감소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4.2% 증가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