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외면했던 글로벌 공항 CEO들, 이젠 만나달라 찾아오죠"



개항 10주년 위상 갈수록 높아져
중남미등 "성공 노하우 알려달라" 전통문화 접목등으로 차별화 하고
해외 진출에도 더욱 박차 가할 것
양적·질적 세계1위공항위해 노력
"만나주지도 않고 (공항을) 보여주지도 않던 사람들이 이제는 만나달라고 구경 좀 하겠다며 직접 찾아옵니다."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 청사에서 만난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세계 최고 공항으로 인정받은 인천공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을 만난 당일에도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을 관리하는 ADP그룹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공항 그룹 사장단의 동시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서울에 가서 약속한 사람들 만나 점심을 먹고 바로 다시 공항으로 와야 한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오는 3월로 개항 10주년을 맞는 인천공항의 달라진 위상은 콧대 높은 세계 유수의 공항들도 납작하게 만들고 있다. 이 사장은 또 "얼마 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인천공항에 대한 강연을 부탁해왔다. 케이스 스터디를 하겠다면 몰라도 강연을 해달라고 하니 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지난 2009년까지 5연패를 하고 집계 중인 지난해 결과도 1위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은 사람도 2009년 680명, 2010년 83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남미에서도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중남미 공항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이는 세미나의 기조 연설자로 와 달라는 부탁이다. "고려해보겠다고 했더니만 브라질에서는 신문에 이미 월드베스트 에어포트 CEO가 와서 발표한다고 해버렸다"면서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고 웃어 보였다. 이 사장은 "이왕 가게 된다면 나 말고 같이 가는 수행자들 항공비에 숙박료까지 다 대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접받으면서 가겠다는 것. 그는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가서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오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들은 15일 오후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ASQ 결과가 나오는데 6연패 여부가 결정 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솔직히 지난해 2ㆍ4분기에는 싱가포르(창이공항)에 밀렸고 3ㆍ4분기에는 주요20개국(G20)도 있어서 걱정을 했지만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냐"며 "6연패는 (세계에서) 처음이죠. 인천공항만 좋은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갈 겁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5연패. 엄청난 결과다. 다른 나라 공항에서 인천공항은 이제 '명예의 전당'에 올리고 심사에서 빼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비결을 물었다. 그는 "ASQ는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평가하는 겁니다. 안전하고 속도도 있어야 하고 편해야 하는데 인천공항은 모든 것을 갖췄습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출입국 수속, 사전에 승객 수를 예고해 심사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출국에 16분, 입국에 12분이면 됩니다." 이 사장이 여기에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전통문화 접목이다. 두바이나 싱가포르처럼 규모나 시설이 인천공항보다 앞선 곳을 보니 하드웨어는 훌륭하지만 그곳만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혼이 있는 공항을 만들기 위해 전통문화 체험관을 만들었는데 그 자리에 임대를 하면 80억원은 받을 수 있다"면서 "외국인들이 부채 같은 기념품을 만들고 가져가는데 나중에 집에 가서도 인천공항을 떠올리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당초 이벤트성 기획으로 조선시대 왕의 행렬을 재현한 '왕가의 산책'도 호응이 좋아 계속하고 있다. "우리만의 차별화 전략이 외국인들에게도 통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3,300만명이 다녀가 매출 1조3,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3,500만~3,600만명에 1조5,000억~1조6,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채비율도 60%대,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다른 공항들과의 경쟁에서도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창이공항은 우리와 ASQ 1ㆍ2위를 다투고 환승객이 많아 허브 역할도 잘하고 있는데 배울 것은 배우겠다"면서 "경쟁자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나해 말 확장 오픈한 일본 하네다공항은 아직까지 두려울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은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도 환승할 때 걸리는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허브공항으로의 강점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늘어나는 수요에 따른 공항 확장계획도 제시했다. 그는 "1월 여객이 10.9% 늘었는데 지금 수준이면 2015년에 수용능력(capacity)이 다 찬다"며 "재작년부터 준비해 2016~2017년이면 6,200만명까지 감당할 제2터미널이 완공된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1억명 수준까지 늘려갈 계획인데 인구 대국인 중국의 여행 자유화에 따라 시기는 유동적이다. 이런 계획에는 인천공항의 입지적 조건이 한몫한다는 게 그의 설명. "땅이 1,700만평이나 되고 바다로 바로 나가니까 소음공해도 없다"며 "일본의 나리타는 소음 때문에 안 되고 하네다가 새로 문을 연 활주로는 터미널에서 멀고 더 확장할 수도 없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항주변 에어시티(Air city) 개발도 한창이다. 이 사장은 "쇼핑센터 만들어서 서울사람 오게 하는 게 아니다. 항공 수요를 스스로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다"고 강조했다. 남측 유수지를 활용한 경정훈련원은 조만간 완공되고 주변 상업 및 숙박시설에도 볼거리와 휴식거리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국제업무지구-Ⅱ 지역에 국제회의장ㆍ쇼핑몰ㆍ호텔 등이 포함된 복합위락시설을 만들기 위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카지노에 대한 우려에는 "내국인 출입이 불가능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만드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싱가포르도 지난해 카지노를 허용한 뒤 여행객 600만명가량이 유입됐는데 호텔에 방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가족이 와서 쇼핑하고 게임도 하고 돈을 쓰고 가면 외화벌이도 되고 고용효과도 창출도 기대된다"고 개발 계획을 밝혔다. 최근 확대하고 있는 해외 진출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세계 1등 공항이 되면서 함께하자는 요청이 많다. 이라크 아르빌공항에 이어 러시아 하바롭스크, 필리핀 세부, 캄보디아 시엠리아프공항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하이난공항그룹과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제를 바꿔 최근 루이뷔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호텔신라와 롯데면세점의 얘기를 꺼내자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경쟁에서 질 경우 승복하는 문화가 있으면 좋겠는데 슬프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입점하기 전에 양쪽 모두에 똑같은 조건을 내걸었고 루이뷔통이 신라를 선택한 것에 대해 우리는 약속대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당초 제시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고 일관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한쪽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세계 최초로 루이뷔통 매장이 입점하면 두바이나 런던 히드로공항을 제치고 면세점 매출액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그는 입국장 면세점도 반드시 추진할 과제로 손꼽았다. "이용객들이 출국장에만 면세점이 있는 것을 불편해 하고 국민들 85%는 (입국장 면세점을) 원하고 있다"면서 "일부의 반대로 도입이 안 되고 있는데 장소도 준비돼 있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마지막으로 "제 꿈은 인천공항을 어떻게 하면 양적ㆍ질적으로 모두 1등을 만드느냐"는 것이라며 "인천공항이 우리나라 사람이 자랑할 첫 번째, 세계에서 가보고 싶은 1등 공항이 되도록 3만5,000여 공항 가족들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단 직원서 CEO로… 샐러리맨의 꿈 실현
■이채욱 사장은 말단 직원에서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까지. 샐러리맨들이 흔히 꿈꾸지만 현실이 되기는 쉽지 않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이런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이룬 인물이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6ㆍ25 한국전쟁 발발로 피난길에 오르는 등 7남매의 가장으로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으로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다. 월남전 참전을 거쳐 대학을 졸업한 이 사장은 지난 1972년 삼성그룹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고속 승진을 거쳐 삼성물산 해외사업본부장과 다국적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했다. 삼성과 GE가 합작해 만든 회사의 대표이사로 부임해 6년간 연평균 45%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GE코리아의 사장과 회장, GE 헬스케어 아시아 성장시장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그가 이런 이력을 담아 집필한 'Passion-백만불짜리 열정'은 10만부가 넘게 팔리기도 했다. 2008년 9월부터 인천공항공사의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사장 취임 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센 파고에 마주쳤다. 개항 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여객 및 화물은 2008년을 정점으로 지난 2년간 감소했다. 성장을 멈춘 조직은 자칫 위축될 수도 있었으나 이 사장은 조직 개편과 해외 진출을 비롯한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높였다. 그 결과 지난해 경기회복까지 더해져 공항 이용객과 화물 수송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취임 2년여 만에 두 배를 넘어섰다. 전문경영인으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는 모든 공을 공항 가족들에게 돌린다.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인정받으면서 성장하는 것은 모두 공항에서 일하는 3만5,000여명이 합심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공자가 '논어'에서 '가까운 사람들이 기뻐하고 먼 데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近者悅, 遠者來)'을 '덕치(德治)'로 규정하고 스스로를 낮춘 겸양의 리더십을 보였는데 이 사장 역시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약력 ▦1946년 경북 상주 ▦영남대 법학과 ▦삼성물산 해외사업본부장 ▦삼성-GE 조인트 벤처 대표이사 ▦GE코리아 회장 ▦GE 헬스케어 아시아 성장시장 총괄 사장 ▦한국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 회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자문교수 ▦한국능률협회 부회장 및 교육위원장
출국 16분·입국 12분이면 끝… 세계공항서비스평가 5연패
■고객이 인정하는 인천국제공항 사람들이 해외여행하면서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공항을 이용할 때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파리의 샤를드골공항, 네덜란드의 스히폴공항,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같은 세계적인 공항들도 보안검색 등을 이유로 끝도 없이 사람들을 줄 세우고 붙잡아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영문도 모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출입국 수속에 기다리라는 말만 돌아올 때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느낄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출국 60분, 입국 45분이라는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인천공항은 이 기준의 4분의1 수준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짓고 있다. 당연히 이용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실이 위치한 5층 벽면 한쪽을 빼곡하게 채운 상패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상당수가 국내외 공항 이용객, 항공사들이 직접 인천공항을 최고라고 선택해 받은 것들이다.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경쟁자들이 쫓아오고 주요20개국(G20) 행사를 앞두고는 보안검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지만 지난해에도 인천공항을 이용한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조만간 들릴 또 따른 수상소식을 공항공사는 기대하고 있다. 공항업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미국의 저명한 여행전문잡지인 글로벌트래블러의 세계최고 공항상에서 인천공항은 모두 5년 연속 1위를 했다. 인천공항은 못 이기겠다고 두 손 든 공항이 대부분이다. 유수의 공항 관계자들은 이를 배우기 위해 수시로 인천공항을 드나들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집에서 컴퓨터나 전화로 체크인을 하고 지문인식을 비롯해 안면인식 기능까지 포함된 무인 출입국 수속이 가능한 '사이버 터미널'을 구축하고 있다. 끊임 없는 변화를 통해 모든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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