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규제 완화 등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최선 해법 찾아야"

■ 7·22 부동산 대책 실효성 있으려면…<br>'호가' 위주 집값 변동률 실제 하락폭 반영 안돼<br>1주택자도 세제혜택 줘 거래 활성화 시킬 필요<br>양도세 비과세요건 완화 등 과거정책도 체크를

부동산 전문가들과 업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완화는 물론 침체된 시장에 수요자를 끌어 들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종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래침체와 집값 급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분당신도시 전경.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진통을 겪고 있다. 22일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는 부처 간 입장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업계는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DTI를 비롯한 금융규제 완화안이 대책 마련을 위한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는 것은 집값 경착륙에 대한 위기감이 정부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는 이에 따라 DTI 등 금융규제 완화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부작용을 줄이고 정책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와 시장의 괴리를 먼저 읽어라=정부가 지금까지 계속 시장 상황을 '안정'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지나치게 통계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통계상 집값 하락폭이 작았기 때문에 '현 시장은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유지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통계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호가' 위주로 작성되는 통계상의 집값 변동률은 실제 주요 지역의 집값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원가 개념이 강한 주택시장에서 호가는 하방경직성을 갖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한 통계는 실제보다 가격 하락폭을 덜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 들어 상당수 아파트의 경우 낙폭이 20% 안팎에 이르지만 호가상으로는 이보다 하락폭이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산의 한 아파트의 경우 실제로는 4억원에 나온 급매물조차 거래가 이뤄지지 않지만 호가 기준으로는 여전히 최고 5억원 가까이 시세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 생각보다 심각하다=그동안 정부의 미분양 대책은 '지방'에 집중돼왔다. 상대적으로 수도권 미분양에 대해서는 지난 2월 한시적 양도세 감면 종료 이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수도권의 경우 시장이 스스로 미분양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의 집계에 따른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5월 말 현재 2만7,647가구로 전체 미분양 11만460가구의 4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정부의 판단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바로 '숨어 있는 미분양' 때문이다. 금융권의 건설사 신용위험평가를 앞두고 직원들 명의로 허위 계약한 이른바 밀어내기 물량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표면적으로 분양률이 높았던 수도권 일대 아파트가 입주시점에 대규모 빈집 사태를 빚는 것에는 이 같은 숨은 미분양 물량들이 표면화되는 것도 큰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밀어내기 분양에 따른 착시현상의 근본적인 책임은 업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 역시 수도권을 안전지대로 판단하지 말고 적절한 대책 마련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1주택 보유자'를 시장에 끌어들여라=정부가 지금까지 시장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는 데 머뭇거린 가장 큰 이유는 '투기'다. 시중의 부동자금, 특히 투기성 자금이 급격하게 주택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 정책의 혜택은 줄곧 '무주택자'에게만 집중돼왔다.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청약가점제와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신혼부부ㆍ3자녀 특별공급, 그리고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의 수혜는 모두 무주택자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유효수요층인 1주택 보유자는 배제돼왔던 것이 시장이 가격 급등과 급락의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이유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1주택 보유자가 주택공급시장에서 배제됨으로써 신규 분양시장의 수요층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에서 신규주택 수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존 1주택 보유자의 이주수요"라고 강조했다. 좀 더 나은 곳으로 집을 옮기려는 외곽지역 1주택 보유자나 집을 넓혀야 하는 소형주택 보유자들이 청약시장에서 배제돼 그만큼 유효수요층이 옅어졌다는 분석이다. 구매 여력이 있는 1주택 보유자를 실수요층의 범주에 포함시켜 이들이 거래ㆍ분양 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1주택 보유자가 집을 옮길 때 취득ㆍ등록세나 양도세 등 실질적인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시장을 살렸던 옛 정책을 체크하라=전문가들은 과거 정부의 시장활성화 정책 중 가장 강력한 정책 툴을 사용했던 시기를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 때로 꼽는다. 외환위기 직후 집값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시장을 살리기 위한 가능한 한 모든 수단들을 총동원했던 시기였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의 급진적 활성화 방안을 그대로 재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 중 상당수 정책들은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방안이다. 현행 3년 보유인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을 1~2년으로 단축시킬 경우 세부담을 줄여 유효주택 구매수요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비과세 대상을 무주택자 또는 거주이전 목적의 1주택 보유자로 한정할 경우 투기성 자금 유입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거래가 회복되려면 근본적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어야 한다"며 "한시적으로라도 이 같은 기대감을 키울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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