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공포심리 팽배… "환란 다시오나"

[글로벌 금융위기] 천장뚫린 환율<br>'묻지마 매수' 폭주… 1,500원선까지 갈수도<br>"정부가 위기론 조장하는것 아니냐" 냉소도


원·달러 환율이 7일 개장 이후 달러당 1,350원까지 치솟자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환율이 하루 50원씩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마당에 레벨을 거론하는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시중은행 외환딜러) 원ㆍ달러 환율이 개장 초부터 60원 이상 폭등하며 1,300선을 훌쩍 넘어서자 시장 참가자들의 공포심리가 극으로 치달았다. 특히 당국마저 위기론을 역설하자 글로벌 신용위기 악화에 따른 달러난 불안을 뛰어넘어 금융 시스템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극단적 비관론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당국이 위기를 오히려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마저 나온다.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외환위기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며 시장에 만연한 신뢰의 위기를 가라앉히지 않으면 1,500선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다. ◇개장부터 60원 폭등…‘묻지 마 매수’천지=이날 환율은 61원10전 폭등한 1,33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전날 밤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환율이 102원50전 폭등한 1,317원대로 솟구치자 은행권이 숏커버(손절성 매수)에 대거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물공백 상태여서 소규모 주문에도 환율은 폭등했다. 여기에 수입업체들의 결제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순식간에 1,350원으로 날아갔다. 이후 당국의 개입성 물량이 나오며 1,320원까지 밀렸다가 다시 매수세가 붙으면서 1,330원에 육박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팔자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에 따른 역외매수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기업체 결제수요 등이 겹쳐 환율이 폭등했다”고 말했다. 특히 변동성이 커지고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은행권의 투기성 거래가 사라지고 실수요 매수가 폭주한 점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손쓸 틈 없이 치솟자 딜러들은 망연자실해 있다. 김두현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개장부터 묻지 마 매수가 폭주하면서 환율이 폭등하자 딜러들이 손을 놓고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사흘 동안 워낙 많이 오른데다 당국의 경계감이 강해 은행권이 추격매수에 나서지 못했다”며 “하지만 아래쪽에서 대기매물은 넘쳐 당국도 자신 있게 개입에 나서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포심리 팽배…외환위기 재연되나=환율이 사흘 동안 140원이나 폭등하자 시장에서는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 위기상황임을 부르짖자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공포심리는 부풀어오를 대로 부풀어오르고 있다. 류 팀장은 “달러 품귀로 환율이 하루에 50원씩 급등하는 게 마치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7년 12월의 시장을 보는 듯하다”며 “실제 외환시장은 외환위기가 다시 온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주 말부터 연일 시장안정대책회의를 열고 은행들에게 달러를 확보하라는 등 위기감을 조장해 시장의 혼란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1,100원에서 추가 상승을 막겠다던 당국이 1,300원대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배경이 궁금하다”며 “당국의 스탠스가 바뀐 점에 대해 시장이 무척 긴장하고 우려하고 있다”고 불안해 했다. 정말 당국의 말이나 행보처럼 조만간 한국 경제에 큰 일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경계감이 시장을 엄습한 것. 한 기업체 임원은 “9월까지 당당했던 정부가 갑자기 10월부터 당황한 듯하며 거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은행장들을 불러놓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은 불에다 기름을 붓는 꼴로 불안심리만 더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달러난을 넘어 금융 시스템 붕괴에 대한 불안심리가 퍼지고 있어 환율이 반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1,500선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시계 제로 상황에서 환율 전망은 무의미하다”며 “긍정적인 팩트를 찾기도 어렵고 정부가 개입해도 속도만 늦출 수 있을 뿐 방향을 전환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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