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20일] 무리한 진출경쟁에 멍든 택배시장

“추석대목이 지나면 택배사업을 접는 업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배송현장에서 만난 한 택배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은 연중 가장 많은 택배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그야말로 대목 중의 대목이지만 포화상태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인해 한두 개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택배시장이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이후 10여 일이 조금 지난 지금 그의 말은 마치 점쟁이의 예언처럼 정확히 들어맞았다.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 17일 신세계그룹의 물류자회사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세덱스)는 300억원에 한진에 매각됐다. 이보다 하루 앞선 16일에는 동원그룹의 동원 로엑스택배가 전국 각 지사에 ‘터미널 가동과 간선 운영을 중단하고 지사와의 계약관계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문을 보내 사실상 택배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신세계와 동원그룹이 고심을 거듭하다 택배사업을 매각하거나 포기했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다른 업체들은 이미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두 곳 모두 최근 1~2년 새 택배사업에 본격 진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가뜩이나 성숙기에 접어든 택배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과열양상만 부추기고 슬그머니 발을 뺐다는 비판이다.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3배 이상 큰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전국망을 가진 4개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전국망을 가진 업체가 20개를 넘는다. 여기에 중소 택배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대기업이 사업확장을 이유로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유가가 올라 택배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일부 택배 단가의 경우 1년 새 오히려 절반 가격으로 뚝 떨어진 것은 출혈경쟁이 얼마나 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기회에 택배시장이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대기업의 놀이터가 아니란 걸 깨달았으면 좋겠네요.” 중견 택배업체 관계자의 말대로 일부 기업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택배시장이 멍드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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