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화재 절도단이 기가막혀' 역대 최대규모

크레인 동원 '싹쓸이'… 야밤 외딴 서원 등 털어

31일 경찰과 문화재청에 적발된 문화재 절도단은인적이 뜸한 밤에 대구 근교와 경상남북도의 서원과 향교 등을 돌며 `값나갈 만한'옛 물건은 모조리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훔친 문화재들은 도동서원 중정당 기단석과 같은 보물급 지정 문화재부터 고문서, 족보, 문집 등 비지정문화재와 1900년대 초반에 발행된 증권과 보험료 영수증까지 다양했다. 경찰이 이들이 훔친 물건을 회수하는 데만 2.5t 트럭으로 3번을 실어날라야 할 정도였다. 범행을 주도한 박모(53)씨는 거사를 벌일 장소를 미리 고른 뒤 밤에 공범 3명과함께 크레인이 장착된 2.5t 트럭을 몰고 닥치는 대로 골동품을 훔쳤다. 주로 밤에 외딴 곳에 있는 서원 등을 노려서 들킬 염려는 없었다. 훔친 고문서 등은 알선책인 고미술상의 창고에 보관했으며 사천왕상처럼 부피가큰 문화재는 대구 근교의 논바닥에 묻어 감춰두기도 했다. 이들은 훔친 물건들을 정모(46)씨 등 고미술 전문가들에게 넘겼고 정씨 등은 다시 고미술 판매상에게 이를 팔았다. 장물 알선책인 정씨는 한국고미술협회 전 지부장이었으며 다른 알선책 엄모(58)씨도 오랫동안 고미술상을 해와 이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이 있었다 경찰은 최근 한 달 사이 전국에서 문화재 절도 사건이 잇따랐으나 이들이 잡힌뒤 영남과 충남, 강원 지역에서 빈번했던 문화재 절도가 뚝 끊긴 점으로 미뤄 모두이들의 소행이었다고 보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얼마전 목포 달성사의 지장보살 5점이 사라졌는데 28일 어떤 사람들이 곡성 나들목 인근에 보살이 있다는 신고를 해와 가보니 정말 있었다"며동일범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올 초 전남 일대의 묘지에서 조선시대에 제작된 장군석 1쌍을 훔치는 등 20억원 상당의 고미술품을 훔친 은모(54)씨 등 3명이 검거됐는데 경찰은 이들말고도문화재 절도 조직이 4~5개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미술품은 장물부터 확보하고 거꾸로 유통 경로를 추적해 나가야하기 때문에 서울 지역의 대형 고미술상부터 차근히 조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들이 훔친 물건이 대부분 비지정 문화재이지만 규모로는역대 최대의 문화재 절도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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