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산능력 확충에만 치중/한국 설비투자 무엇이 문제인가

◎합리화·연구개발 투자 미·일의 절반수준/제조업 외부자금 차입의존도 작년 73%/“불황일때 구조조정·합리화 투자 늘려야” 우리나라 경기는 기업의 설비투자 동향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국내기업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투자를 줄이고 좋아지면 늘리는 양상을 지난 수십년간 되풀이해왔다. 경기가 좋아 투자를 늘리더라도 당장 열매를 딸 수 있는 생산능력 확대투자에만 치중한다. 또 투자할 때 자기 돈을 쏟아부으면 「바보」 소리를 들으며 남의 돈을 끌어 써야 「잘 된 투자」로 여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설비투자 패턴의 특징과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이런 투자행태들이 바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주범중 하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6.8%로 10.5%(94년)인 일본이나 11.7%(95년)인 대만보다 높다. 언뜻 설비투자가 활발해 보이지만 정작 내용면에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우선 설비투자의 목적이 생산능력 확대에만 몰려있다. 올해 우리나라 제조업체 설비투자 계획의 67.4%가 생산능력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합리화투자나 연구개발투자는 각각 16.2%, 7.2%에 그쳤다. 지난해 일본의 설비투자 목적은 생산능력확대(44.3%)와 합리화 및 연구개발(42.8%)이 서로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일본은 70년대중반 저성장기로 이행하면서 합리화나 연구개발투자의 비중을 52%대로 크게 높인 전례가 있다.  투자재원 마련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큰 차이를 보인다. 제조업의 외부자금 차입의존도는 지난해 무려 72.8%에 이른다. 전체 산업도 60.6%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일본 기업 투자의 외부차입 의존도는 19.6%에 그쳐 대조적이다.  빚을 얻어 설비투자를 하는 만큼 늘어나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이익도 줄어든다. 90년이후 6년간 설비투자대비 금융비용은 한국이 15.0%인 반면 일본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7.3%수준이다. 국내기업들은 금융비용이 너무 무겁다며 금리인하를 호소하지만 무엇보다 외부차입에 의존하지 않는 자세부터 회복하는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투자대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80년대 후반이후 우리나라의 설비투자는 철강, 석유화학 등 대규모 장치산업에 집중돼 경공업투자는 소홀했다. 생산이나 재고조정이 어렵게 덩치만 키운 결과 경기동향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후유증을 안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재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점도 제기된다. 제조업 설비투자의 34%가 수입자본재에 의한 투자이다. 수입이유는 국산기계가 없다(38.3%), 국산품은 성능이 떨어진다(33.4%) 등이다. 그 결과 지난해 일반기계부문의 무역적자는 전체 무역적자의 64%를 차지했다.  한은은 이런 숙제에 대한 해법으로 『불황인 지금이 바로 구조조정과 생산합리화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은 조사2부 정영택조사역은 『경제의 구조전환이 요구되는 불황기일수록 투자를 늘려온 일본의 예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를 늘리더라도 외형확장 위주의 투자보다는 생산효율 향상, 신기술 및 디자인 개발 등을 위한 합리화투자에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재원의 자립도를 높이는 한편 중화학부문 편중을 지양하고 기술집약형 벤처기업, 경공업부문의 고부가가치화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 국내 기계산업의 육성으로 설비투자의 수입자본재 의존을 줄이는 노력도 박차를 가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손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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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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