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층 진단] 4개월은 버티겠지만… 올 만기 차입금 383억달러가 변수

[흔들리는 글로벌 시장-국내 외화 유동성 현황은]<br>시중은행 작년까지 실탄 712억 달러 확보 불구<br>유럽자금 이탈 대비 일본·중국·동남아로 눈돌려

산업은행 임직원들이 지난해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후 현지 발행 증권사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럽 시장이 흔들리면서 국내 은행들이 일본시장으로 빠르게 조달처를 옮기고 있다. /서울경제 DB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유럽 재정위기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할 정도로 유럽의 위기가 다시 빠른 속도로 악화되자 은행들도 바빠졌다.

중장기 외화조달 시장이 멈추고 단기외채의 상환 압박이 본격화되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최소 3개월은 정상적인 외환업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외화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안할 수 있다고 판단해 추가 외화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정기적으로 은행의 외환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데 은행에 따라서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4개월은 버틸 정도로 외화는 확보해놓았다"면서 "충분히 준비해왔지만 6월 말까지의 전체적인 여건이나 흐름을 점검해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도 내놓겠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도 4일 간부회의에서 "상황별로 외화 유출 가능성, 규모를 측정해 대응방안을 순차적으로 마련하고 상정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해 대응방안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은행 4개월 비상식량 확보=국내 은행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외화를 확보해왔다. 최악의 상황, 즉 글로벌 외화조달 시장이 멈추고 단기외채 상환 압박이 가중되더라도 3개월은 버틸 수 있도록 금융감독당국은 준비할 것을 지시해놓은 상황.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화의 직접조달부터 크레디트라인 개설 등 외화는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들이 확보해둔 장기외화자금이 712억달러에 달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2011년 한 해에만 91억달러를 새로 확보해 세계 경제 위기에 따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실탄' 확보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통계에서도 국내 은행의 외환건전성은 나쁘지 않다. 외화가 풍부해서인지 4월에는 11개월 만에 외채를 순상환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예컨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중 국내 은행들의 중장기(1년 만기 초과) 차환율은 68.9%로 3월의 113.4%에 비해 44.5%포인트 하락했다. 차환율은 새로 차입하는 단기외화차입금을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으로 나눈 지표로 100%를 밑돈다는 것은 만기도래 차입금보다 신규 차입금이 적다는 의미다. 외환건전성 비율도 모두 괜찮았다. 3개월 이내 외화유동성자산을 같은 기간의 외화유동성부채로 나눈 외화유동성비율은 107.6%로 금융당국의 지도비율인 85%를 크게 웃돌았다.

◇연내 383억달러 만기도래=그렇다고 국내 은행이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만기도래하는 글로벌본드 물량이 많다.

무엇보다도 올해 만기도래하는 국내 은행권의 외화차입금이 383억달러에 이른다. 더욱이 최근 자금이탈이 많은 유럽계에서 국내 은행이 차입한 외채 규모는 410억달러다. 전체 외화차입의 31%인데 이중 채권 발행물량을 제외하면 유럽계 은행에서 순수하게 차입한 비중은 약 20% 정도에 이른다. 유럽계 자금의 이탈에 대비해 일본이나 홍콩 등에서 글로벌본드를 발행해야 하는 것도 이런 외채의 구조 탓이다.

이 때문인지 국내 은행도 외화조달 차입선을 다변화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상반기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ㆍ일본 등에서 자금을 구했다. 신한은행은 위안화를, 우리은행은 태국 밧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을 올해 상반기에 차입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사무라이본드 시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는 그간 최대의 채권공급처였던 도쿄전력이 사실상 채권 발행을 중단하면서 일본의 투자기들도 마땅한 투자처를 잃어버린 것이 사실. 이와 함께 만기도래한 유럽계 금융기관의 채권에 대해서는 선뜻 투자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진균 수출입은행 국제금융팀장은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라면서 "수출입은행도 당초 500억엔 발행을 추진했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낮은 금리에, 1,000억엔 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국내 금융기관도 앞다퉈 일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올해 초 KB국민은행이 300억엔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시중은행에서는 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도 300억~5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무라이본드의 경우 만기도래하는 물량도 올해 많아서 일본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한 사무라이본드 가운데 6월 이후 만기가 되는 물량도 3,000억엔에 이른다.

이철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