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연자체가 제겐 배움터예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제겐 무대가 집처럼 편해요. 그러니까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거겠죠. 특히 고국에서의 무대면 더 ‘집에 들어가는 기분’인데 오랜만에 지방에도 서게 돼 기쁩니다” 바이올린의 요정은 어느새 성숙한 연주자로 변해가고 있었다. 쇼 케이스를 겸한 기자회견장. 밝은 미소의 장영주(20)는 겸손하면서도 노련하고 또 능숙하기까지 한 화법으로 시종일관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최근 한결 편안하고 여유있어진 음색엔 다 이런 이유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서 연주를 많이 하긴 했지만 크리스마스를 국내에서 보내긴 처음이예요.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장영주는 지난 22일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대전 등 4개 도시에서 순회연주회를 갖는다.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6일 부산 문화회관 대강당, 27일 대전 충남대 국제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차례로 공연이 계속된다. 프로그램은 그가 얼마 전 발매한 ‘Fire & Ice’에 실렸던 소품들 위주로 꾸민다.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 라벨의 ‘치간느’, 드보르작의 ‘로망스’ 등 극과 극에 속하는 작품들이 한데 오를 예정. 지오르다노 벨린켐피 지휘로 KBS 교향악단이 연주를 맡는데 오케스트라와 함께 국내 전국 투어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때는 주 5~6회, 잠잘 시간도 없어요. 일년에 200회 가량 연주하는데 2004년까지 스케줄이 짜여 있습니다” 빡빡한 일정 덕에 학교(줄리어드 음대 2년)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프로 연주자들을 배려하는 학교 덕에 학생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수업 받아 본지가 한참 됐단다. 입학 허가가 난 하버드대학이나 영국 옥스퍼드대 등지로 추후 진학을 망설이는 이유도 그래서다. “학교엔 못 나가지만 연주나 레코딩 자체가 제겐 배움터예요. 잠시 나누는 지휘자와의 대화 속에서도 경험을 나누며 배우는 게 많습니다. 리허설 중 마에스트로와 의견차로 싸우기도 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면 꼭 지휘자의 말이 맞더라구요” ‘아직도 배우는 중’이라는 말을 거듭 강조하던 이 천재급 숙녀는 지난 3월에 녹음한 첫 실내악 앨범으로 이야기를 몰고 갔다. 베를린 필하모닉 현악 파트의 수석 주자들과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의 현악 6중주를 녹음했는데 내년 6월경 발매 예정이다. “저는 솔로로만 무대에 섰잖아요. 그래서 제가 가장 중요한 줄 알았죠. 하지만 십수년 소리를 맞춰 온 분들과의 실내악 연주에 혼자 끼고 보니 외려 화음을 깰까 정말 걱정이 됐어요. 저는 그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 하나를 담당할 뿐이고 더 중요한 건 오케스트라 라는 걸 알게 됐죠” 하지만 ‘어리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역시 민감한 반응이다. “지금도 동년배 그룹에선 제가 가장 어려요. 그러나 어린 나이를 앞세워야 한다면 다른 연주자들에게 면목이 없죠. 완벽한 공연을 해야 하는 건 나이와 상관없어요“ 의당 이야기는 레파토리로 이어진다. 어려서부터 연습했지만 결코 무대에선 연주한 적이 없던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를 내년부터 시작하게 된 것. 한가지만 택할 수 있다면 주저없이 쥘 악보로 꼽은 바흐도 언젠간 자신의 몫이 되리라며 담담한 표정이 된다. “변화란 제가 맘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닐 겁니다. 내면에 많은 것들이 싸여 어느새 자신이 준비(ready)될 때 깨달음으로 표출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어 장영주의 ‘G선상의 아리아’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귀에 익은 곡이지만, 듣는이들로 하여금 몰입의 경지로 몰아가는 활 솜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저만치 서 있는 그녀가 유달리 커보이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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