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웃음과 울음 섞인 가족사랑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웃음과 울음 섞인 가족사랑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바람아 불어라/ 대추야 널찌거라/ 아야 주워라/ 어마시야 담아라 /아바시야 춤춰라. 나즈막한 할머니의 목소리로 경상도 전래 민요가 흐르고 막이 오르면 무대는 경주시 강동면 유금리로 바뀐다. 어릴 때 시끄럽게 운다고 내동댕이 쳐져 정신지체가 있는 아버지(김학선)는 “밥묵자, 손톱깎자, 업어줄까”라는 말이 거의 전부다. 어눌하지만 속정이 깊다. 한 팔을 못쓰는 어머니(염혜란)는 걸진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무식한 시골 아낙이지만 죽은 딸 사진을 남편 눈치를 보며 몰래 꺼내 눈물을 훔치는 우리네 엄마다. 그리고 외아들 선호(장정애)는 소아암을 앓고 있다. 선호의 누나 선향은 세상을 먼저 떠났다. 세 식구가 펼치는 가족 이야기인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가 4일부터 한달 남짓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앵콜공연에 들어간다. 줄거리만 본다면 분명 구질구질한 내용 일색이다. 불행의 조건은 모두 갖춘 듯 한 가족이야기로 자칫 최루성을 곁들인 신파극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연극은 한 가족의 남다른 가족애를 풀어놓아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감동 그 자체다. 거침없는 경상도 사투리로 떠드는 엄마의 수다는 배꼽을 잡게 하지만 일찍 철든 아들 선호와 아버지의 어눌함은 관객들의 가슴을 애잔하게 한다. 관객들은 큰 딸을 먼저 떠나 보낸 부모가 아픈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을 함께 느끼며 아파한다. 몸이 불편하고 또 조금 모자란 듯한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다른 부모들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을 기획한 파임커뮤니케이션은 관객들이 조금 덜 울고 갈 수 있도록 이번 공연 연출을 수정했다. 파임측은 “지난해 관객들이 너무 많이 울고 나가 죄송할 정도였다”며 “이번에는 여백의 미를 좀더 강조해 객관적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노래도 보강됐다. 국악인 정마리가 선호의 죽은 누나로 분해 장면이 전환될 때 마다 들려주는 전통민요도 수정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어둡고 슬프게 흘러갈 수 있는 극을 따뜻한 분위기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가족을 주제로 개사한 민요는 아버지에 대한 진한 그리움으로 가슴 한 구석이 젖어 들게 한다. 가족이 함께 구경한다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부자티켓(2만5,000원)을 구입하거나, 가족 3인 이상은 20%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5월 4일부터 5월22일까지 (02)762-9190 장선화기자 india@sed.co.kr 입력시간 : 2005-05-0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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