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생물로 진화하는 고속도로-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우리나라의 대표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것이 지난 1970년 7월7일이니 마흔다섯 살의 나이를 먹은 셈이다.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인 그날 이후 고속도로는 변모에 변모를 거듭하고 혁신 또 혁신해서 외양으로나 품질로나 처음과는 크게 달라졌다.

우선 개통 때 428㎞였던 경부고속도로가 지금은 416㎞로 줄어들었다. '늘면 늘었지 왜 줄었겠나' 하겠지만 의문은 간단히 풀린다. 건설 당시에는 장비도 기술도 변변치 않아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산이 막으면 터널을 뚫고 강이 막으면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확장하면서 도로를 곧게 펴 그렇게 됐다.


고속도로 차로도 대부분 6차로나 8차로로 훨씬 넓어졌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확장공사 덕분이다. 국민들의 생활이 좀 넉넉해지면서 너나없이 자가용을 들였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 속도에도 탄력이 붙어 교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넓이뿐만 아니라 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중앙분리대로 화단 대신 튼튼한 방호벽이 설치됐다. 나들목도 모두 입체형으로 바뀌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키울 만한 요인들을 찾아내 미리미리 없애나가면서 그렇게 탈바꿈하게 됐다.


나날이 변신해가는 휴게소 모습도 흥미롭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이제 국민의 일상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휴식·쇼핑·실내스포츠·캠핑·공연까지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 쇼핑몰이 생기고 청년 창업자를 위한 매장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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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품·정량·정가의 'ex주유소'가 들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의 휴게소가 많은 창조적 기업들과 힘을 합쳐 국민들이 더 편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톨게이트 풍경이 달라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이패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통행료를 내기 위해 차량들이 톨게이트 앞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멈춰 서지 않고 톨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는 '하이패스'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그럴 일이 없어졌다.

이 밖에도 고속도로에서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변화와 발전이 계속되고 있다. 고속도로가 이렇게 진화할 수 있는 것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기술(IT)과 만나 지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고속도로를 광통신망으로 연결하고 최첨단 교통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온 결과로 볼 수 있다.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서 있다.

얼마 있으면 하이패스보다 훨씬 더 진보된 스마트톨링시스템이 도입된다. 간단하게 말해 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가 사라진다고 보면 맞다. 이어 스마트하이웨이가 기다리고 있다. 스마트하이웨이는 운전자와 자동차 그리고 도로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교통 흐름이 훨씬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체도, 사고도 없는 시대를 맞게 될 수도 있다.

이제 분명한 것은 고속도로가 단순한 길의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무생물이었던 고속도로에 지능을 더하고 나아가 생명을 불어넣는 일까지 착착 진행되고 있으니 스마트하이웨이 시대를 향해 진화하는 고속도로를 흥미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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