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바마 '위험투자 제한'] 월街 탐욕·무한팽창에 제동…

■오바마 '위험투자 제한' 은행개혁 추진<br>"대마불사 신화 더 이상 없다"<br>자기매매·헤지펀드 금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등 IB 주력銀 타격 더 클듯<br>자회사 설립땐 제재 불확실… 의회 통과도 장담못해 '찻잔 속 태풍' 그칠수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은행개혁 방안은 월가 대형 은행의 탐욕과 무한팽창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월가에는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지각변동을, 글로벌 자금흐름에는 일대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투자은행(증권사)과 상업은행을 분리한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시절의 글래스 스티걸법을 사실상 부활시키기로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시계추를 1930년대 대공황 시절로 되돌리려는 오바마의 월가 대형 은행 족쇄 채우기는 적지 않은 허점을 안고 있는데다 월가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의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의 금융개혁 조치에 사사건건 저항해온 월가에 직격탄을 날리며 "월가가 전쟁을 원한다면 기꺼이 맞서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개혁조치는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1월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이 이끄는 금융자문가그룹 'G30'가 제시했으나 오바마 참모진의 반대로 정책 추진과제로 채택되지 않았던 것. 그나마도 지난해 6월 금융개혁 청사진에서는 은행 규모와 사업영역 제한 조치가 없었다. 지나친 규제인데다 미국의 금융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장될 뻔한 은행 규제안의 부활은 월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월가 은행들은 보너스 규제와 구제금융세 신설 등 주요 금융개혁 과제를 두고 오바마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면 전환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이 상원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대중영합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월가 은행 규제안은 과도한 리스크를 추구하고 덩치를 키워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신화를 이어가는 월가의 고질적 병폐를 근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더 이상 납세자가 대마불사 은행에 인질로 잡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하면 고객 예금을 바탕으로 한 대출과 자산운용은 허용되지만 자체 자금이나 차입금을 활용해 수익을 챙기는 자기매매(proprietary trading)는 금지된다. 은행 내 별도 사업부 형태로 헤지펀드를 운용하거나 이에 투자할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은행은 헤지펀드와 같은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미국 은행 간의 명암도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업무가 주력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 450억달러 가운데 자기매매 비중이 10%에 이른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상업은행도 매출은 물론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JP모건은 지난해 순이익의 60%를 자기매매를 통해 거뒀다. 제임스 골 보스턴어드바이저스 매니저는 "은행들은 앞으로 이익 창출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백악관 발표가 나오자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 주가는 5%가량 폭락했으나 투자은행 업무 비중이 낮은 선트러스트뱅크와 키코프 등 주요 지방은행 주가는 4% 이상 급등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은행 간의 대형화 경쟁에도 제동이 걸려 월가의 빅뱅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다. 10%로 제한된 보유예금의 시장점유율 상한선이 더욱 축소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만만찮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월가 대형 은행들의 리스크 투자에 족쇄가 걸리면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인 국공채와 투자등급의 회사채가 더 주목 받게 된다고 월가는 분석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상품랠리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2008년 골드만삭스가 국제유가 폭등을 예고한 '슈퍼 스파이크'설을 계기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당시 유가 폭등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라기보다는 투기성 거래의 기승에서 비롯된 측면이 컸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혁방안이 의회를 통과할지 여부를 떠나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가 비중이 미미한 상업은행 부문을 포기하고 종전의 투자은행으로 복귀한다면 리스크 투자를 견제할 길이 없다. 유명 은행 애널리스트인 로치데일증권의 리처드 보브는 "대형 상업은행들이 족쇄로 묶인다면 골드만삭스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역설적 전망을 내놓았다. 또 JP모건은 21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헤지펀드를 지배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다른 회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행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도 같은 규제가 가해질지 불확실하다"며 "월가 대형 은행들이 리스크 투자 부문을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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