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금리 日의 교훈일본은행(BOJ)의 제로금리정책은 저금리의 허와 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제로금리정책이란 무담보 1일물 콜금리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는 정책으로서 일본은행이 기업들에게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 순환적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지난 99년 2월 채택했다.
지난 11일 일본 금융정책회의가 10년만에 금리를 인상, 콜 금리를 0.25%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하기까지 이 제도는 무려 2년6개월 동안 유지됐으나 당초의 디플레이션 저지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일본의 제로금리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복합불황으로까지 불리는 일본의 경제문제는 저금리, 재정확대 정책 등 거시경제정책만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경제는 90년대 초반 부동산 침체, 거품붕괴로 침체가 시작됐다. 이후 90년대 중반 계속된 금융사고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침체를 확대시켰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서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단기적인 경기대응을 위해 저금리 정책, 확대 재정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미흡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불확실성 때문에 현금은 민간보유로서 경제순환상에서 사라지는 유동성 함정이 나타나고 오히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켰다.
이에 따른 물가하락-기업수익성 악화ㆍ소득감소-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을 나타내는 것이 최근 일본경제의 특징이다.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돈을 풀었으나 경제주체들이 현금을 그대로 보유해 통화확대정책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른바 케인즈식 '유동성 함정'에 빠져버린 경우다.
실제 일본정부는 지난 10년동안 30조엔 정도의 부실채권을 정리했으나 여전히 일본의은행들은 30조엔 이상의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지나친 확대재정정책은 중앙정부의 빚을 GDP의 94%인 484조엔에 이르게 만들어 재정파탄까지 우려되고 있다.
결국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는 저금리 등 어떠한 경제정책도 '정책의 함정'에 빠져 효과를 볼수 없었다는 것이 일본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정명창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일본은행의 초저금리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구조조정 미흡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자금이 선순환구조를 찾지 못하고 경제사이클상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온종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