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탄저병 쇼크 확산증시폭락·달러하락 조짐… 金값도 오름세로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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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금융시장이 탄저병 쇼크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탄저균 감염자가 워싱턴에 확산되면서 의사당이 폐쇄되고 뉴욕 주지사 사무실에도 탄저균 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자 미국인들의 충격이 증폭되고 금융시장의 쇼크로 확산되고 있다.
17일 탄저균의 미국 정계 확산으로 뉴욕 증시가 폭락하고 유동성이 미국 국채 및 금 등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 대한 위험성이 노출되면서 유럽 주식에 대한 매수세가 확대되고 달러가 하락 조짐을 보이는 등 그동안 탄저병을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뉴욕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제2의 테러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뉴욕 금융가는 이번 쇼크가 단기적 현상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탄저균 테러의 진원지가 확인되지 않고 감염자가 확산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 금융시장 불투명성 확산
이날 뉴욕 증시는 기술주의 대표적 기업인 인텔과 IBM의 3ㆍ4분기 경영실적이 월가 애널리스트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호재로 개장 직후 다우존스 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등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민주당 리더인 톰 대슐 상원 의원이 사무실 직원 수십명이 탄저병 감염 조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 발표하자 하락기조로 돌아섰고 이어 데니스 해서트 하원의장이 의사당가 폐쇄를 선언하자 추가로 하락했다.
정오에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 사무실에도 탄저균 포자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발표되자 증시가 더욱 안정감을 잃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75.71포인트(4.4%) 폭락, 지난달 17일 이후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고 다우존스 지수는 150포인트 이상(1.6%) 하락했다.
낙관론이 지배할 때 가장 큰 폭으로 오르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비관론에도 민감하게 반응, 7.4%의 폭락했다.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안정감을 찾았던 뉴욕 증시 투자자들은 본격적인 3ㆍ4분기 어닝시즌에도 불구, 제2 테러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던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상하원 합동회의에 출석, "테러 공격으로 인해 경제가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회복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의 안정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의 말도 탄저병에 묻혀버렸다.
◆ 안전한 자산으로 급격한 이동
이날 미국 달러는 유럽공동통화인 유로와 일본 엔화에 대해 안정감을 보였으나 국제외환시장의 딜러들은 탄저병 공포가 확산될 경우 달러 추가하락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증시가 폭락, 미국 기업에 대한 주식이 인기를 잃었지만 상대적으로 테러에 대한 노출이 덜 심각한 유럽 기업 주식(DR)이 뉴욕 증시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뱅크오브뉴욕이 집계하는 유럽 DR 지수는 이날 1.1% 상승했고 알카텔ㆍ에릭슨ㆍ노키아 등 유럽의 인기 주식이 올랐다.
뉴욕 채권시장은 미국 재무부가 만기물 소화를 위한 추가 국채 발행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으나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이 채권시장에 몰리는 현상은 뚜렷했다.
최근 안정기조를 보이던 국제금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필라델피아 금은 지수는 0.8%, 시카고상품거래소의 금 지수는 0.9% 상승,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처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