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증권회사인 메릴린치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인터넷 주식거래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1일 발표, 월가에 일대 파란이 일고 있다.메릴린치는 이날 500만여명의 고객에게 현재의 수수료보다 90% 낮은 가격으로 온라인 주식중개 서비스를 하고 향후 해외로 온라인 주식중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릴린치의 고객들은 기존의 주식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수백달러를 지불해야 했으나 7월 이후부터 시작되는 인터넷 주식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건당 29.95달러, 연간 1,500달러 미만의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전통적 주식거래 방식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존재인 메릴린치가 인터넷 주식거래 서비스 발표을 함으로서 다른 증권회사들도 일제히 이 대열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살로먼 스미스바니, 페인웨버, 모건스탠리 딘 위터 등도 곧 인터넷 주식거래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정보취득과 분석에 약한 일반인들의 무분별한 인터넷 주식거래 참여가 미 경제와 금융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메릴린치가 전격적인 전향결정을 내린 데에는 온라인 증권사들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한 몫했다.
전문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 슈왑과 E*트레이드 등의 경우 수수료가 건당 10달러에 불과한데 힘입어 고객과 매출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공 사례에 자극받은 기존 증권사들도 전통적 방식의 주식거래만 하던 영업 방침을 바꿔 인터넷 주식거래 부문의 비중을 늘리거나 아예 전환할 움직임이다.
월가 관계자들은 『메릴린치의 결정은 줄리어스 시저가 루비콘 강을 넘어 로마를 점령한 것과 같은 것』으로 『미 증권가의 판도를 뒤흔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매출 부진 등으로 체이스 맨해튼 은행에 합병될 것이라는 소식이 돌기도 했던 메릴린치는 이번 인터넷 주식거래 서비스 개시를 발판으로 향후 전통적 주식거래와 인터넷 주식거래 양면에서 수위를 차지할 포부를 안고 있다.
한편 메릴린치의 결정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일단 메릴린치 소속 주식중개인 1만5,000명이 감원·감봉 가능성을 염려, 강력한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미 증시 호황은 인터넷 주식 거품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며 『거품이 빠질 경우 이번 결정이 자칫 메릴린치를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