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7,000만톤 석탄채굴” 힘찬 삽질/선탄장외 모든 시설 지하에… 공해피해 원천봉쇄/“열량높고 고품질”… 21C 자원개발 메이저 꿈도아직 대규모 해외자원개발은 국내기업에 낯설은 분야다. 우선 투자규모가 수억달러를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데다 긴 투자비 회수기간 때문이 본격적인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요인은 기술적인 핸디캡. 국내기업은 과거 일제가 조사해둔 국내 지하자원실태를 바탕으로 지하자원을 채굴했다. 그 실태조사 내용을 국가가 관리, 국내기업에게는 자원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할 여지가 없었다. 이같은 결과가 그대로 해외사업에 반영되어 해외자원개발에서도 실패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은 마냥 회피할 수 없는 분야. 석유 등 주요 지하자원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자원빈국이라는 현실이 우리나라의 실상이기 때문이다. 국내산업의 구조고도화에 따른 에너지사용량의 증가는 안정적 자원확보라는 절실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호주시드니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4시간 남짓 떨어진 헌터벨리 북부지역인 애버딘일대. 남쪽 국도를 건너 새까맣게 반짝이는 석탄덩어리가 수북히 쌓여있는 대형 선탄장만이 덜렁 자리하고 있는 탄광지대「다트브록」이다. 바로 북쪽의 목초지에는 소들이 한가롭게 폴을 뜯어먹고 있는 모습이 여느 목장의 풍경 그대로다. 종단 9㎞, 횡단 3㎞로 총면적 27㎦가량의 넓이가 다트브록광산의 개발지역이다. 지표의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바로 그 2백m아래에서 호주내에서 가장 질좋은 석탄이 채굴되고 있다.
다트브록 탄광은 세계 석유메이저로 알려진 로열 더치 쉘사가 호주 동부지역내에서 벌이고 있는 6개 개발사업지역중 하나다. 이 사업에 국내기업으로는 (주)쌍룡이 7%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쉘오스트랄리아사(쉘의 호주법인)가 75%, 일본의 마루베니상사 15%로 참여하고 있어 쌍용은 이 사업의 3대주주인 셈이다. 채굴 가능한 매장량은 1억7천만톤으로 올해 4월 개발을 완료, 본격적인 채굴에 들어가 현재 연산 4백만톤을 최고 6백만톤으로 끌어올려 오는 2012년까지 계속하게 된다.
쌍용 호주현지법인의 권순모 지사장은 『쉘등 세계 자원메이저회사들이 채굴기술을 제공하고 일본이나 한국의 종합상사가 마케팅을 맡는 형식이 자원개발사업의 가장 모범적인 형태』라고 설명한다. 권지사장은 『석탄의 경우 일본과 한국이 전세계 물동량의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최대 고객』이라며 『안정적이며 규모가 큰 수요처를 갖고 있는 기업이 마케팅을 맡는 것을 메이저들이 오히려 환영한다』고 밝힌다.
다트브록 탄광지역을 국내 탄광지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국내 탄광사업과는 달리 그야말로 자본과 기술집약적 사업임을 한눈에 실감할 수 있다. 엄청난 규모가 이를 웅변한다. 뿐만아니라 환경피해를 최소화, 탄광지역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않을 정도다.
다트브록에서는 무려 3천만달러짜리 「스포트 & 쉐어러」라는 기계가 지하 2백m에서 석탄을 채굴한다. 폭이 2백m에 달하는 스포트 셋트(지지대)와 쉐어러(절단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기계는 스포트가 1m간격에 높이 4.5m씩 2백m폭으로 공간을 확보하면 직경 2m가 넘는 쉐어러가 석탄을 광맥에서 분리시켜내는 식으로 석탄을 캐낸다. 이들 석탄은 분쇄기를 거쳐 4㎞ 떨어진 선탄장까지 지하 컨베이로 이동돼 기차로 운송된다. 선탄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이 지하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공해문제를 해결했다.
쉐어러가 분당 20여m의 속도로 2백m를 수평이동할 때마다 1천2백톤의 석탄을 캐낸뒤 각 스포트들이 한발씩 전진, 똑같은 규모의 공간을 확보하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지하공장을 연상케 한다. 총 9개의 갱도로 이뤄져 있는 다트브록은 이달초 1년여에 걸쳐 2백10억원을투자, 1개 갱도에 롱월(장벽)을 세우고 이 기계를 지하에 설치했다.
다트브록 광산의 존 헤이워드 부소장은 『최근부터 첫번째 갱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채굴에 나섰는데 하루 1만5천톤씩 11개월만에 갱도 하나를 끝낼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석탄층을 파고들거나 다이너마이트 등 폭발물이 터지는 진동은 전혀 없다. 다만 단단한 석탄광맥과 기계의 날카로운 칼날이 부딪치며 내는 불꽃과 함께 실려오는 굉음이 작업현장의 전부다.10명도 채못되는 현장직원들은 컴퓨터로 조작되는 기계를 지켜보며 채굴작업이 차질이 없는지를 살피는 정도다.
오는 2010년 채굴허가 시한이 종료되기 전에 인근 카유사, 샌디크릭지역등 현재 탐사권을 갖고 있는 지역에도 개발을 시작한다는게 쉘의 계획이다.
(주)쌍용이 이 사업에 참여한 것은 지난 지난 96년 2월. 쉘오스트랄리아사가 보유하고 있던 85%의 지분가운데 7%를 인수, 이 광산에서 생산되는 유연탄에 대해 한국에서의 독점판매권을 획득했다. 권호주법인지사장은 『94년부터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했으나 워낙 투자규모에 비해 리스크가 커 망설이다 추진력이 뛰어난 안종원사장이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쌍용은 그동안 계열사인 쌍용양회에서 필요한 석탄을 구매하는 등 종합상사가운데는 석탄사업 노하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회사다. 이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주에서도 가장 질이 우수한 광산을 거머쥐었다. 호주법인의 양성철과장은 『다트브록 유연탄은 열량이 높은 고품질의 연료탄으로 화력발전소의 연료용 뿐 만아니라 미탄분 취입방식으로 제철소의 고로에 쓰이거나 용융환원제철법인 코렉스로에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덧붙이자면 유황함유량이 0.3%에 불과, 세계적으로 강화추세인 환경규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청정탄이어서 별도의 탈황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발전원가를 감소시킬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생산성은 호주내 상위 20개 광산중에서도 최고수준이다. 현지 전문가들조차 「기가막힌 광산」이라면 부러움을 금치못한다.
쌍용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자원확보를 위해 이 광산사업에 뛰어들었다. 석탄의 경우 한국은 수입 2위국. 발전소용이나 제철소용등의 수요가 매우 많은데 비해 자급률이 낮기 때문이다. 수입량 세계1위인 일본도 마찬가지. 하지만 일본의 경우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일찍 석탄,석유 개발사업에 참여한데 비해 우리는 10년이상이 뒤졌다. 그러나 최대수요처중 하나라는 강점 때문에 세계 자원메이저들이 손짓한다. 정상적인 채굴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에 쌍용은 30만톤을 국내에 도입, 안정적으로 공급한 바 있다. 양과장은 『채굴된 석탄은 우리가 책임지고 판매해주니까 메이저회사는 자원개발등 기술만 신경을 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단순한 자본투입이 아니라 일종의 공동경영』이라고 밝힌다. 쌍용은 이 광산에서 배운 노하우를 어떤 형태로든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권지사장은 『일단 2∼3군데 신규광산이 자본참여를 한후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주도하는 컨소시움을 구성, 개발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자원개발사업에 자본을 투자,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계 자원메이저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직접 자원개발 메이저로 비상하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장기목표다.
◎인터뷰/권순모 (주)쌍용 호주법인 지사장/“탄광개발 국익 도움… 코일가공사업 등 계속 확대 방침”
『자원개발 사업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서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마케팅에 강한 종합상사의 분발이 특히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주)쌍용 호주현지법인의 권순모 지사장은 『다트브록 탄광의 지분참여도 안정적 자원확보라는 전략에서 뛰어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종합상사 역할론을 강조한다. 이 사업도 사실 지난 70년초 1차오일쇼크가 터진후부터 자원개발 참여를 검토한지 20년여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해외자원개발을 검토했다가 번번히 좌절됐다. 경험이 적은데다 투자규모는 워낙 커 최고경영진들이 결심을 망설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종합상사가 70년대 부터 해외자원개발에 손을 대고 지금은 메이저들과 대등한 발언권을 같은 위치가 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일본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종합상사의 제기능을 찾고 있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종합상사의 해외활동은 본국과의 단순한 트레이딩 활동을 뛰어넘어 자원개발사업, 해외에서의 제조·유통사업 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현지법인의 현지화전략으로 현지에서 자체수익사업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가 (주)쌍용의 호주현지법인이 현지에 법인세를 납부하는 것을 자랑하는 것도 이런 지론에서 나온 것이다. 사업으로 벌인 이익을 다른 나라에 낸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사업이 성공하고 있으며 한국과 호주에 그 이익을 환원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실 이 곳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 가운데 포철현지법인(POSA)과 (주)쌍용 뿐인데 납부세액 규모에서 쌍용이 크게 앞선다. 권지사장은 『갈수록 현지법인 운영경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현지법인 스스로 사업을 꾸려 수익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쌍용은 수년전부터 현지화전략에 따라 철강트레이딩에서 코일가공회사를 인수, 경영하는 등 자체사업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라는 것이다.<다트브록(호주)=문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