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6일] 주가조작, 제재는 없다?

“당장 손쓸 방법은 없습니다.” 최근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에이치앤티에 대한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관계자 말이다. 대주주인 정국교씨는 기업 내부정보를 공시로 악용해 340억원대의 부당한 이득을 보고 제1야당 비례대표에까지 올랐다. 총선이 임박해서는 이른바 ‘총선 테마주’라는 미명하에 급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를 또 한번 울렸다. 그러나 이제껏 거래소가 가한 제제라고는 지난해 공시 번복 당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며 단 하루 주식거래를 정지시킨 것 뿐이다. 코스닥시장이 갈수록 ‘투전판’으로 변질되고 있지만 거래소 측은 여전히 나몰라라 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전자공시에는 하루에도 수 차례 코스닥업체의 배임, 횡령 혐의가 밝혀지고 공시를 교묘히 피해가는 대주주 차익실현과 유상증자로 포장된 사채 끌어쓰기가 만연돼 있지만 제재를 받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 돼버렸다. 거래소 측은 “공시 위반과 관련해서는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이후 해당 내용이 그 기업의 지속적 영업을 무너뜨릴 만큼 중대하다고 볼 경우에 한해 상장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제재를 못한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규정이 그렇고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물론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하는 건 거래소의 당연한 책무다. 과도한 규제로 기업들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자율성이라는 미명하에 허위 공시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보고 금배지까지 단 뒤 문제가 돼 검찰에 들락거리는 지경인데도 방관하는 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난해 말 대선을 앞두고 대선 테마주가 활개를 칠 때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불공정 징후가 보이는 관련 종목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이후 해당기업 주요 주주들이 앞다퉈 수백억대 차익실현을 했지만 그 어떤 기업도 거래소 측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정환 거래소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코스닥 활성화를 공언했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썩은 생선’들로 넘쳐난다. 이대로 두다가는 코스닥은 ‘투전판’을 넘어 ‘금배지 도박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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